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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리갈 5기(완)

보고 있던 드라마 중 처음으로 실시간 완결이 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보통 수사물과 같은 전문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드물게 챙겨 보던 (블랙) 코미디물이었지요.
보통 미국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은 매우 생소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스타 트랙의 커크 선장 윌리엄 새트너라든지 이런저런 영화에서 간간히 눈에 익은 제임스 스페이더, 정말 멋지게 늙은 캔디스 버겐 등등 영화 배우들이 눈에 띕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주 바뀌어서 지난 시즌쯤에나 자리를 좀 잡나 싶더니 갑자기 5기로 끝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부터 나왔던 영국 아가씨 케이티가 마음에 들었는데 좀 아쉬워요.

그나저나 5기 들어서서 이야기가 좀 흔들거리고 캐릭터들도 불안하다 싶더니 마지막화는 보고 나니 정말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과 함께 ‘어떻게 이런 엔딩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만큼 황망했습니다..;

5시즌 내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수다를 즐기던 앨런과 크레인은 세금을 국가에 뜯기기 싫다는(?) 이유로 결혼을 했고 크레인, 풀, 슈미트사는 정말 특이한 재판만 맡아서 돈은 제대로 벌고 있는 걸까 궁금하긴 했었는데 난데없이 파산해서 중꿔 회사로 넘어간다며 시즌 종영….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캐릭터인 셜리는 시즌 전체에서 유일하게 대니 크레인을 잘 요리하며 멋진 언니 역할을 하더니만 막판 가니 갑자기 엄청 감상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서 마무리가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5시즌 후반부부터 부각된 제리와 케이티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마무리된 건 좋았네요. 5시즌 내내 푸르르거리던(…) 제리가 5시즌 후반에 케이티에게 ‘내 감정은 나의 몫’이라고 말하는 건 참 멋있더라구요.

어찌됐든 대니 크레인이라는 캐릭터는 익숙해지기 힘들어 좀 짜증나도 앨런 때문에 보는 맛이 있었던 드라마였는데 끝이 나서 아쉽네요.


헨리 8세의 후예들

알라딘의 신간 리스트에서 보고 내용이 궁금했으나 요즘같아서는 과연 진득하게 볼 수 있을까 싶어 주문을 차일피일 미뤘는데 대나무숲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밤에 혜린이 재우고 제 잠 깎아가며 5백여 페이지를 이틀만에 다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네요.

마누라를 여섯 번이나 갈아치웠던 헨리 8세는 많았던 부인에 비해 자식은 또 그렇게 많이 남기지 못했지요. 일설에 의하면 헨리 8세의 매독 때문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생존률이 높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렇지 않더라도 그 당시의 신생아 생존률이라는 게 워낙 낮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식 셋(에드워드 6세, 블러디 메리, 엘리자베스 1세)이 모두 왕위에 오르고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을 끝으로 튜더 왕조는 닫혔습니다만 그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보니 끊임없이 관련 서적이나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요.

제목을 보고 에드워드 6세부터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훑어 내려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에드워드 6세에서 제인 그레이, 메리 여왕까지만 상당히 상세하게 서술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하는 시점에서 마무리 짓고 있네요.
이 시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만큼 정보도 꽤 풍부하고 이야기 서술도 딱딱한 인문서적이라기보다는 소설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다만 메리 여왕의 시대 이야기가 좀 늘어져서 후반부는 살짝 지루하더군요.
이 책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기물인 ‘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를 연달아 읽으면 딱 ‘헨리 8세의 후예들’ 패키지가 될 것 같군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지막 순서로 신어본 신데렐라의 발에 유리구두가 딱 맞는’ 그 순간을 좋아하듯이 저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절대 여왕의 자리까지 갈 수 없을만큼 위태로운 자리에서 낮은 포복(…)으로 조심조심 처세를 하다가 메리 여왕이 죽음과 동시에 ‘짠’ 하고 여왕에 오르는 그 순간을 좋아서 자꾸 이 시대 관련 서적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

아무튼 이 책은 그 ‘짠’ 하는 순간보다는 의외로 ‘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를 읽으면서 잠깐 지나쳤던 비운의 ‘9일의 여왕’ 레이디 제인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새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내용을 떠나 편집 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슬프지만 정말 기대 이하였던 게 좀 아쉽네요. 솔직히 번역자가 보낸 걸 교정교열 한번 없이 출판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단 구분도 엉망에 맞춤법도 대단했습니다..;
‘멈칫멈칫’이 멈칯멈칯’으로 나와서 처음에는 오타인가 했는데 본문에 내내 그렇게 나와 아무래도 편집한 사람이 정말 저렇게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게다가 그래도 일단은 영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인데 난데없이 ‘미친년 널뛰듯’과 같은 표현이라든지 보통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이 불쑥불쑥 등장해서 깜짝 놀랐어요. -_-;

제인 그레이에 관한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데 사서볼까 싶다가도 편집이 어떠려나 싶어 살짝 망설여집니다…;

4 responses

  1. 미사

    다시 작업방 컴퓨터로 접속하니 여기 들어오기 용이하군 ^^;;
    근데 저 출판사 나름대로 인문출판사라고 해서 더 놀라운걸…
    저 맞춤법 틀린 건 깜별의 <발악발악 소리 지르다>를 능가하는군 -_-

    1. 리츠코

      저도 출판사 사이트 들어가니 출판하는 책들이 모두 인문서적이라 놀랐어요. -_-; 가끔 잘못 알고 있는 맞춤법이라는 게 누구나 있기 마련이지만 저 멈칯멈칯은 정말 최강이었어요….;

  2. ‘미친년 널뛰듯’….;;;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리츠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날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