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처음 올라왔을 때 섬네일 보고 옛날 고전 영화가 올라온 줄 알았더니 2022년작 독일 영화. 지금까지 두 번 영화화 모두 미국이었고 독일에서 만든 건 처음이라고. 원작에서 각색된 부분이 꽤 많다고 한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4개 부분 수상을 했는데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반전 메시지가 아무래도 시류와 잘 맞았던 것도 있었다는 평도 있다. 사람들 평 중에는 1917 보다 나았다는 이야기가 보여서(나는 워낙 1917을 인상적으로 봐서)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러고보니 1917도 아카데미 때문에 봤었는데…
1917이 한 ‘개인’의 전쟁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면 이 ‘서부 전선’은 ‘전쟁’ 그 자체가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다. 당황스러울 만큼 쉽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탱크에 밟히고 화염방사기에 지져지고 있는데 군복에 먼지 한 톨 안 묻힌 장군급들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명령만 내리는 부조리함, 전쟁이 끝날 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유도 모른 채 서로 죽고 죽이는 병사들, 이 모든 것이 ‘전쟁은 이렇게 무의미한 짓이야’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기에 영화를 보고 나니 무기력해졌다.
러닝타임이 꽤 길었는데도 길게 안 느껴질 만큼 잘 만든 영화였지만 원작이 워낙 오래 된 작품이고 각색을 많이 했어도 전쟁 영화의 고전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라 나는 굳이 비교하자면 1917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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