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연말연시라 그런가, 아침에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새 영화가 꽤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외계+인.(내가 이런 장르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 앞에 10분쯤 봤는데 더 볼 생각은 안 들던데… 😑)
그리고 좀더 스크롤을 내리니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보였다.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볼까.
굳이 고르자면 박찬욱 감독보다는 고레에다 감독 쪽을 좋아하니 브로커 먼저.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이를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 형사(이주영)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데…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게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처음이었고 이 ‘브로커’가 두 번째.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변주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건 아무래도 대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고(가끔 대사를 들으면서 거꾸로 일본어로 뭐라고 했을지가 생각날 정도였는데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좀더 다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어색한 대사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대부분 커버하고 있어 놀라웠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송강호 연기에 새삼 감탄했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의 송강호의 연기는 어느 사이엔가 어떤 배역이든 ‘송강호라는 캐릭터’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저 ‘번역체 문장’을 그대로 ‘말’로 살리는 걸 보니 어쨌거나 연기로는 뭐라 할 말이 없는 배우. 이 영화의 완성도는 다분히 배우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어쩌면, 같은 내용의 외국어로 된 작품이었다면 좀더 몰입하기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외국인이 자막으로 본다면 좀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개봉 때부터 영화 평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던데 어쨌거나 나는 이 감독 특유의 굴곡 없이 슴슴히 흘러가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혼자 울컥해버렸다. **이 **에게(안 본 사람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 ↓) 우성이를 넘겨주는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날 것 같았는지. 결국 이야기 속 모든 사람들은 우성이가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후반부의 동수가 직접 수진에게 우성을 넘겨주는 장면은 동수가 소영에게 한 말, ‘나의 어머니가 나를 두고갈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너를 보며 알게 됐고 한편으로는 위로받았다’에서 이어지는, 어찌 보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우성에게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자기 손으로 아이를 타인에게 맡기며 지금까지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들을 극복하는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무거운 주제를 너무 ‘판타지’처럼 다뤘다는 평도 보였지만 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영화에서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라도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줘서 고마운 존재’라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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