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서 산 항아리에 소국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주황/노랑 믹스 랜덤박스를 주문했는데 당황스럽게도 별로 국화같지 않은(그러나 찾아보니 국화는 맞는) 하얀 꽃이 가장 많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같은 양인데 꽃송이가 크다보니 부피도 더 커보이는 듯.
항아리에 이래저래 꽂아보는데 어째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저 흰꽃과 항아리가 청승맞기 그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여기에 꽂고 싶어 산 것이니 어떻게든 자리를 잘 잡아보려고 했지만 몇 시간 가만히 화병에 꽂힌 꽃을 바라본 결과, 하얀 꽃은 하얀 항아리와 조합이 좋지 않다.
혹시 다른 하얀 꽃을 샀어도 별로였을까, 생각해보니 뭘 꽂아도 하얀 꽃과 하얀 항아리는 마치 소복을 입은 사연 있는 처자 같다.
아쉽지만 꽃을 전부 꺼내고 화병을 새로 꺼내서 꽃을 수 있는 만큼 꽂은 다음 남은 것들은 모아서 투명한 유리 화병에 꽂아 부엌으로.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그저 화사한 하얀 꽃일 뿐인데 괜히 억지로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혀두고 못마땅할 필요 있을까.
꽃은 죄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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