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원래 국화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믹스 상품 색감이 너무 예뻐서 주문하면서 배송료 맞추려고 과꽃을 같이 샀더니 처음부터 한 다발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가장자리는 아직까지 한창인 꽃댕강나무.

찾아보니 슬슬 보름째 되어가는데 아직도 가지 끝마다 새로 싹이 올라오고 색이 어찌나 예쁜지. 근데 이대로 가다가는 뿌리도 내리겠다?;;

연보라색 과꽃은 린양이 좋아해서 주문한 거라 린양 방에 둘 화병에는 일부러 좀 더 많이 꽂았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소녀 마가렛이 꽃잎을 떼어가며 좋아한다, 싫어한다 라며 사랑을 점쳤던 게 이 과꽃이었다는 걸 꽃과 함께 오는 꽃 정보 카드에서 처음 알았다. 꽃잎 수가 저렇게 많은데 그걸 하나하나 세면서 떼고 있었다니 파우스트를 읽은지 오래돼서 어디쯤 나왔던 인물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상당히 끈기있는 소녀였나보다…( ”)

꽃댕강 나무는 받아서 바로 봤을 때는 어딘가 우중충해서 별로 정이 안 갔는데 부지런히 새 잎을 틔워서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오래갈 줄 알았던 꽃이 금방 시들 때도 있고 이렇게 다 시들어 보이던 나무가 다시 피어나기도 하고… 이 재미에 꽃을 자꾸 사게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