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day by day

  • 부모님에게 태어나서 딸로언니로누나라는 역으로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제수씨로조카 며느리로 많은 역을 새로 맡게 됐는데 띠동갑인 막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그동안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시누이’라는 역이 추가되는구나. 나는 아직도 엄마가 집에 데려온 신생아와 온 집에 풍기던 아기 냄새가 기억에 생생한데.

  • 상담을 받으러 다닌 지 그럭저럭 1년을 넘긴 시점에서 짧게나마 정리 삼아 기록.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언제쯤 치료가 끝나는 걸까’ 초조했는데 지금은 맘 편하게 ‘그만 가도 될 것 같은 날이 오면 그만 가는 것’이라고 마음먹고 있다. 우리나라에 범람하는 상담 예능들은 해롭다. 전문가들이 한시간 남짓 방송시간 동안 ‘당신은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런 것’,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상담 프로의…

  • 한 3년만에 시댁에 내려오니 어머님이 취미로 시작한 그림을 그리고 둘 곳이 필요해 컨테이너에 화실을 꾸며놓으셨다. 카톡으로 사진을 받은 적은 있는데 실제로 본 건 처음. 집 앞에 컨테이너 세 채쯤 두고 공사할 일이 있었는데 그게 끝나고 뺄 때 돈 주고 살 테니 하나만 두고 가라고 하셨다고. 색도 직접 골라 지인 분의 도움을 빌어 칠하셨다는데 뒤쪽의 창고와도…

  • 한국 드라마를 거의 본 게 없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끊임없이 한번씩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다.뜬금없지만 고 최진실이 주연이었던 장밋빛 인생. 어느 날 거실에 틀어져 있던 티비에서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어릴 때 자신과 동생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찾아서 만나 “어떻게 자식을 두고 갈 수 있느냐, 어릴 때에는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이해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이를…

  •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를 3월에 완결까지 나오면 보려고 미루고 있는데 유튜브 추천 영상에는 끊임없이 클립들이 올라오길래 궁금해서 몇 개 돌려봤더랬다. 그리고 그 중 어느 영상에서인가 세탁소 집 딸이 부자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세탁물로 들어온 명품 옷을 몰래 입고 나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문득 대학 때 ‘결혼을 잘 하는 것’이 단 하나의…

  • 나는 중고등학교를 같은 곳에서 나왔는데, 그 학교는 아무래도 고등학교가 메인이라 중3 때 교실은 좀 어두컴컴한 반지하 같은 위치에 몇몇 반이 있었더랬다. 하루는 그 교실 중 한 곳에서 공부하는 애가 지나가는 말로 주말에 뭘 가지러 교실에 왔다가 나가는 길에 뒤돌아봤더니 옆반 교실 벽 위쪽의 작은 창에서 ‘노란’ 원피스 치마 같은 게 흔들리는 걸 봤는데 누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