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소설

  • 위대한 파우젤을 섬기는 무녀를 베로니카라고 한다. 베로니카가 된 여성은 베로니카가 된 그 날부터 죽는 날까지 여신에게 빙의된 채 잠에 빠진다. 베로니카가 잠에서 깨지 않는다는 것은 파우젤이 그곳에 있다는 증거이자, 나라가 파우젤의 가호 아래 있다는 걸 뜻한다. 베로니카는 잠에 빠진 채 늙어간다. 베로니카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다시 말해 베로니카가 서거하는 것은 언제나 12월의 첫날이었다. 그리고 그…

  • 글 카야타 스나코 일러스트 나루세 카오리 번역 김소연 출판사 손안의책 델피니아 전기가 얼마쯤 나왔을 무렵 다른 출판사에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인 ‘키리하라가의 사람들‘을 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책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다면 델피니아 전기와 연관되는 스칼렛 위저드나 새벽의 천사들도 다른 출판사에서 낼 수 있다는 소리. 이놈의 중앙공론사는 소재도 제대로 안 주더니 이런 쪽으로도…

  • “아야, 지시대로.” 아야가 살짝 뺨을 붉혔다. “정말로…, 하는 거야?” “다카토라를 혼란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알았어….” 흘끗, 다카토라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아야는 상기된 얼굴로 코우의 뺨을 향해 입술을 가져갔다. “잠깐, 타임!” “왜, 왜 그래!” 코우가 말했다. “하나도 같이 해줘!” “네…?” “자, 이렇게. 양쪽에서 뺨에 쪽. 그렇게 하는 게 절대적으로 효과 있을거라니까?” “그건…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하나는…

  • “그 녀석, 지금 임신 중이야.” 코엔은 약 10초 정도 침묵하고 있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여자가 임신 같은 걸 할 줄은…. 의외인걸.” “동감. 수탉이 알을 낳았다는 쪽이 차라리 진실미가 있지. 뭔가 착오가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진짜 맞나봐.” 언제부터인가, 사장님이 해외 출장을 가시는 날이면 꼭 전화가 온다. ‘뭐 재미있는 책이 없나, 김대리~‘(난 이 전화 무지 부담스럽다).…

  • 작가 후기를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날 때가, ‘이 작품은 되는 대로 썼습니다‘의 뉘앙스를 팍팍 풍길 때이다(나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작가조차 되는 대로 쓴 작품을 죽어라 교정보는 줄 아냐). 전격 문고 쪽의 작품들 작가 후기는 대부분 수상작들이기 때문에 1권에서는 누구누구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고 2권부터는 그 작품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라든지 이 작품에서 뭘 조사해보느라 어려웠다든지 하는 것이 주를…

  • 책을 내다보면 모든 책에 고르게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만드는 것도 어찌됐든 사람인지라 좋아서 한번 더 손보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에 속 썩이면 무지 짜증나는 작품이 있다. 예를 들면 판매고가 그닥 좋지 않은 책인데 홈페이지에서 독자들이 ‘후속편도 내달라‘고 아우성이면 정말로 왕.짜.증이다.(니들이 창고에 쌓일 그 책 다 시내 한복판에서 팔아줄거냐) 혹은 일본에서 표지, 판권장 컨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