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Tag: 소설

  • 요근래 미야베 미유키 책만 계속 달리느라 세 인격이 한 몸에서 마구 바뀌는 영주님, 갑자기 얼굴에 나타났다가 튀어나와 도망치는 눈물점(!), 시어머니가 혼이 씌어 며느리를 언덕에서 밀어 죽인다든지, 아내와 딸을 잃은 파발꾼이 절망 속에 달리다가 만나게되는 얼굴없는 요괴 같은 온갖 자극적인 소재만 보다가 수줍게 연애해서 행복하게 결혼한 커플이 딸 낳고 여전히 아기자기하게 사는 이야기를 읽으니 오랜만에 머릿속이…

  • 일본에 살던 시절을 회상하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미조노구치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의 풍경, 혹은 기념일에 설레며 고르던 긴자코지의 케이크 맛 등이 있겠지만 후각으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일본은 단연코 습기를 가득 머금은 다다미 냄새. 앞의 두 가지는 기분좋은 기억이지만 후자는 지독한 습기 때문에 늘 곰팡이 걱정을 해야 했던 별로 즐겁지 않은 잔상이다. 해가 쨍하게 뜬 날조차도 빨래가…

  • 혜린이와 나, 둘 다 굉장히 신나게 완독. 혜린이는 드라마가 필요없을 만큼 원작이 좋았다고 하고 나는 드라마가 원작의 포인트를 잘 짚어서 과감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장르에 맞게 설정을 잘 추가하기도, 바꾸기도 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지난번 ‘옆집의 영희씨’를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한국어로 유려하게 ‘잘 쓴’ 소설은 정말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고 읽고 있는 동안 즐거운 유희가 된다. 드라마와…

  • 언뜻 기억나는 SF 장르의 한국 작품이 없는 걸 보니 근래에는 이게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캘리포니아 사는 사만다와 톰(…)이 등장하는 SF는 나와는 멀리 떨어진 세계의 이야기 같지만 지역명도 이름들도 내 현실과 맞닿은, ‘딸 많은 집의 남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나오는’ SF는 갑자기 나와 너무나 밀착된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그래서 테드 창의 책을 읽다보면 보통 이야기의 설정에…

  • 며칠전 마르케스 부인 사망 기사를 보다가 ‘백년 동안의 고독’을 다시 읽어보려고 아주 오래전에 사놓고 방치해놨던 게 생각났다. 처음 읽은 게 대학교 저학년때쯤이었으니 20여년 만에 다시 폈는데, 읽은 지 너무 오래돼서 잊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끊임없이 같은 이름이 나온다는 것을…읽는 내내 끝없는 호세와 아우렐리아노들을 구분하느라 허덕거렸다. 처음 읽을 때도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 작년에 개봉해서 흥행했던 영화 ‘극한직업’에서 등장인물 중에 테드 창이 나온 이후로 이 이름만 들으면 ‘창식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부작용이 생겼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의 신작. 여전히 우아하고 한편 한편이 빛나는 한 권이었는데 중간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가 들어가서 실제로 신작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고 이번에도 역시나 나는 이 작가 책의 표제작이 가장 덜 재미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