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혜린이와 나, 둘 다 굉장히 신나게 완독. 혜린이는 드라마가 필요없을 만큼 원작이 좋았다고 하고 나는 드라마가 원작의 포인트를 잘 짚어서 과감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장르에 맞게 설정을 잘 추가하기도, 바꾸기도 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지난번 ‘옆집의 영희씨’를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한국어로 유려하게 ‘잘 쓴’ 소설은 정말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고 읽고 있는 동안 즐거운 유희가 된다.

드라마와 소설, 어느 쪽부터 보는 게 좋을까 싶다면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드라마에서 소설로 가는 게 훨씬 좋았다.

드라마에서 러프하지만 대충의 작품 분위기를 만끽한 후 보면서 궁금했던 틈들을(예를 들면 드라마에서 중간중간 지나가는 오리의 정체라든지 회식중이던 매켄지가 갑자기 황인표 벨트를 잡고 늘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같은? 🤔) 책으로 촘촘하게 메꿔나가는 기분. 그것도 황인표 얼굴에 남주혁을 대입한 채로.
아마도 반대 순서였다면 원작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드라마에서 미처 구현하지 못한 원작의 장점들을 열심히 찾느라 드라마 자체를 지금만큼 재미있게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소설은 아무래도 영상보다 상황이나 설정에 대한 설명이 풍부해서 드라마에서 본 화면들을 바탕으로 내 마음대로 상상하며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었고 작가의 필체 때문인지 드라마보다는 훨씬 유쾌했다.

책 속의 안은영은 ‘피곤하고 만사 귀찮지만 그럼에도 자기 일에는 사소한 데에도 열심’인 면이 좀더 선명했고 홍인표는 원작에서도 여전히 인간 배터리…?; 드라마나 소설이나 묘하게 존재감이 투명해서(존재감이 없다고 하긴 어려운데 개성이 뚜렷하지는 않은?) 소설 속의 안은영은 드라마와는 약간 느낌이 달라서(드라마 쪽이 훨씬 깊게 어두웠다) 읽으면서 정유미가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데 홍인표를 보며 남주혁을 대입하기는 비교적 쉬웠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은 원작의 남은 에피소드들도 너무 좋아서(특히 마지막 이야기) 소설의 끝까지 드라마로 꼭 나와줬으면, 기대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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