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의 개혼이 많이들 그렇듯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하라는대로 식을 올려서, 별 불만은 없었지만 미련이 남는 것 중 하나가 결혼 반지.
결혼할 때는 몰랐는데 너무나 결혼 반지스러운, 있는 힘껏 다이아를 받치고 있는 디자인의 반지는 평소에 도무지 쓸 일이 없고 집안 행사 있을 때나 한번씩 일부러 끼는 정도라 그때 차라리 매일 끼고 다닐 만한 디자인의 브랜드 반지를 했더라면 좋았을걸 했는데 평소에도 워낙 장신구나 브랜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러고 지내다가 막내가 결혼할 때 반지 맞추는 걸 보면서(막내가 결혼할 때 양가의 ‘언니’들이 결사적으로 다이아 말고 브랜드 반지로 하라고 밀어주는 상황이었던 게 너무 웃겼다. 저쪽 언니도 나랑 비슷한 너낌으로 결혼을 했더란 😶 막내 부부는 결국 브랜드 반지로 맞췄다) 나도 결혼한 지 좀 됐는데 기념 삼아 하나 장만할까, 마음이 동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링.
요즘은 그런 것도 보러 가려면 무려 ‘예약’을 해야한다길래 돈을 쓰러 가는데 내가 예약까지 해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미루다가 페북 광고에 뜬(이래서 SNS에 광고가 그렇게 극성인 게다) 샤넬의 코코 크러시 링을 보고 꽂혔다. 평소에 샤넬이든 뭐든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 그런 광고 아니면 알 수도 없어서. 🤔
맨 처음 본 건 미니 링.
공식홈에서는 트라이 온 메뉴로 손에 낀 것처럼 볼 수도 있다. 매일 끼고 다니기에도 무난해 보여서 살 걸 정하고 아예 매장 예약도 잡았는데.
가서 실물을 보니 저 사진만큼 양각이 강하지 않았다. 🤔 올록볼록한 엠보싱일 줄 알았는데 실금을 그어놓은 느낌. 😑
같이 간 옆사람이 보더니 알 박힌 것도 껴보라고 해서 껴봤는데.
우웡, 반지에는 역시 반짝이가 박혀야 하는 거군요.🤩
내가 생각했던 예산보다는 몇 배였으나 옆사람은 애초에 그 정도 생각하고 갔었다며 등 밀어줘서 마지못하는 척하며 받았다.
내년이 결혼 20주년인데 이런 브랜드들은 해마다 가격이 올라서 ‘오늘이 가장 가격이 싼 날’이라는 게 정설이라(이 반지도 작년에 샀으면 더 쌌음. 😑) 20-1년 기념, 결혼기념일도 아닌 아무 날 결혼 반지의 미련을 털었다.
결혼할 때 큰 기반 없이 시작해서 둘이 여차저차 살아오며 20여년 째에 필요하다면 이 정도 가격을 큰 고민 없이 결제할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는 데에도 기분이 좀 좋았더랬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