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맏이의 개혼이 많이들 그렇듯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하라는대로 식을 올려서, 별 불만은 없었지만 미련이 남는 것 중 하나가 결혼 반지.

결혼할 때는 몰랐는데 너무나 결혼 반지스러운, 있는 힘껏 다이아를 받치고 있는 디자인의 반지는 평소에 도무지 쓸 일이 없고 집안 행사 있을 때나 한번씩 일부러 끼는 정도라 그때 차라리 매일 끼고 다닐 만한 디자인의 브랜드 반지를 했더라면 좋았을걸 했는데 평소에도 워낙 장신구나 브랜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러고 지내다가 막내가 결혼할 때 반지 맞추는 걸 보면서(막내가 결혼할 때 양가의 ‘언니’들이 결사적으로 다이아 말고 브랜드 반지로 하라고 밀어주는 상황이었던 게 너무 웃겼다. 저쪽 언니도 나랑 비슷한 너낌으로 결혼을 했더란 😶 막내 부부는 결국 브랜드 반지로 맞췄다) 나도 결혼한 지 좀 됐는데 기념 삼아 하나 장만할까, 마음이 동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링.

요즘은 그런 것도 보러 가려면 무려 ‘예약’을 해야한다길래 돈을 쓰러 가는데 내가 예약까지 해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미루다가 페북 광고에 뜬(이래서 SNS에 광고가 그렇게 극성인 게다) 샤넬의 코코 크러시 링을 보고 꽂혔다. 평소에 샤넬이든 뭐든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 그런 광고 아니면 알 수도 없어서. 🤔

맨 처음 본 건 미니 링.

공식홈에서는 트라이 온 메뉴로 손에 낀 것처럼 볼 수도 있다. 매일 끼고 다니기에도 무난해 보여서 살 걸 정하고 아예 매장 예약도 잡았는데.

가서 실물을 보니 저 사진만큼 양각이 강하지 않았다. 🤔 올록볼록한 엠보싱일 줄 알았는데 실금을 그어놓은 느낌. 😑

같이 간 옆사람이 보더니 알 박힌 것도 껴보라고 해서 껴봤는데.

우웡, 반지에는 역시 반짝이가 박혀야 하는 거군요.🤩

내가 생각했던 예산보다는 몇 배였으나 옆사람은 애초에 그 정도 생각하고 갔었다며 등 밀어줘서 마지못하는 척하며 받았다.

내년이 결혼 20주년인데 이런 브랜드들은 해마다 가격이 올라서 ‘오늘이 가장 가격이 싼 날’이라는 게 정설이라(이 반지도 작년에 샀으면 더 쌌음. 😑) 20-1년 기념, 결혼기념일도 아닌 아무 날 결혼 반지의 미련을 털었다.

결혼할 때 큰 기반 없이 시작해서 둘이 여차저차 살아오며 20여년 째에 필요하다면 이 정도 가격을 큰 고민 없이 결제할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는 데에도 기분이 좀 좋았더랬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반지는 그냥 끼고 가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상자는 따로 포장해서 주던데 안이 비어 있으니 열어볼 일은 없고 왠지 오브제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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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responses

  1. misha

    암요 암요 결혼반지는 역시 브랜드가 결국 오래 가더라고요. 저 역시 걍 귀금속상가에서 18K세트로…다이아도 아닌 큐빅으로…(그 당시엔 장신구에 전혀 관심도 없고 하고 다닐 것 같지도 않아서 최대한 돈을 덜 쓰자는 생각에 그렇게 했는데 몇 년 지나고 나니 그때의 저를 매우 치고 싶더란-_-) 반지&결혼기념일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1. misha

      핫 결기는 미리 축하드리는 것으로…저도 정정..

    2. Ritsko

      살다보니 결혼할 때 아니면 못 지르는 것 중 하나가 좀 비싼 악세서리긴 하더라고요. 그때는 브랜드고 뭐고 몰라서 못 샀는데 지금 같으면 까르띠에 같은 데서 반지를 했으면 차라리 지금 가격이 더 나가지 싶어요. 결혼 반지를 팔 건 아니지만. ㅋㅋㅋ

  2. 난다

    오왓! 너무 이쁜걸로 겟!! 20주년에 집착하다가 200 더 쓴 여자,나야 나! 오늘이 제일 젊고 이쁜 날이고 오늘이 젤 싼(?) 날.. 진리입니다. 북부대공처럼(!) 쿨하게 사주시는 JH님 최고!

    1. Ritsko

      앜ㅋㅋㅋ 북부대공에 미친듯이 터짐 ㅋㅋㅋㅋㅋ

  3. 아무 해, 아무 날 이 아무렴 어떤가요 ㅎㅎㅎ
    반지도 예쁘고, 원래 그럴려고 했다는 남편님도 근사하고
    마음에 든 반지 겟! 하신 리츠코님도 축하합니다.
    앞으로 또 20년 가보자고!

    1. Ritsko

      결혼기념일이든 몇주년이든 상관없이 값이 제일 저렴한 오늘이 바로 그 날!
      악세서리 별로 열심히 안 하는데 이 반지는 진짜 마음에 들어요. 🙂

  4. 이수인

    저도. 두분의 멋진 매일을 축하드려요. 예쁘네요!!

  5. 이희영

    두분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1. Ritsko

      7개월 미리 축하받겠습니다. ^^

      1. 이희영

        앗.. 반지를 축하드리는 것으로 정정..

  6. 오늘이 가장 싼 날 ㅎㅎ 20년 전에 트리니티가 80만원대였죠. 약혼반지 끼고 나왔다가 그날로 잃어버린 친구를 향해 묵념.

    반짝반짝 정말 예뻐요!

    1. Ritsko

      와… 80만원대… 그죠. 그때면 80만원도 큰 돈이긴 했어요.
      친구분은 어쩌다가. ㅠ.ㅠ 모르는 그분에게 묵념을;;
      저는 아까 매장에서 직원이 폴리싱 서비스는 무료라는 설명해주면서 예를 든 게 ‘반지를 세탁기에 돌린 경우’였는데 그것보다 한층 안타깝네요. ㅠ.ㅠ

  7. 장미의신부

    역시 악세는 장식이 있어야 예쁜듯…(쿨럭) 장식없는건 레이어드라도 하지 않으면 밋밋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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