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주 토요일 무려 아침 9시 반에 동네 엄마 네 명이 있는 카톡방에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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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그것도 평소같으면 절대 궁금해하지도 않을(그 집 애만도 둘인데 남 점수가 뭐가 궁금할…) 쌍둥이네 엄마가 물어보는 거라 혹시 전날 받아쓰기 채점이 잘못된 게 있어서 확인하고 싶으신가? 싶어 갸우뚱 하며 답장을 보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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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눈웃음만 남기고 다시 조용…?

무슨 일로 그러는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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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되물었는데 한 십여분쯤 답이 없길래 그런갑다 하고 있었더니 잠시 후 올라온 답장을 보고 완전 빵 터졌다.
그 집 아들이 엄마 몰래 카톡을 보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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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궁금했으면 엄마 카톡까지 열어서 대화방을 찾아서 물어보기까지…(평소에 애엄마가 애들한테 카톡 같은 거 못 보게 하는 집인데 용케 카톡 비번까지 뚫고…-_-)

저 날 린양이 뭐에 홀린 것처럼 실수해서 받아쓰기를 하나 틀려오고는 엄청 억울했는지 집에 와서도 내내 툴툴댔는데 학교에서도 기분이 별로라 한참 책상에 엎드려있었던 모양. 진우는 그걸 우는 걸로 보고는 ‘대체 몇점을 받았길래 울기까지!’ 라는 생각에 린양 점수가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월요일에 선생님 면담 가서 우연히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금요일에 이미 선생님께 가서 ‘혜린이 받아쓰기 몇점이냐’고 물어 당연히 안 알려주셨다고…;

언니도 민망하셨는지 덧붙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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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린양이 쌍둥이와 같은 반이 되니 정말로 순식간에 일상이 시트콤으로 말려들어갔다.

작년에야 같이 학원 왔다갔다 하는 정도라 적당한 거리에서 친하게 지냈는데 학교에서마저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니 사이가 훅 가까워지면서 까칠한 쪽과는 거의 남매처럼 옥신각신 싸우고(하필이면 3월 한달동안 서로 대각선으로 앉아서 정말 매일같이 싸워댄 모양. 이 둘과 놀 때는 가능하면 자신의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하고 싸울 건 싸우고 풀 건 풀라고 조언하는 편인데 그랬더니 한달 내내 완전 서로가 스파링 파트너 분위기) 린양과 성격도 성향도 꽤 비슷한 나머지 한 명(카톡방에 글을 올린 건 이쪽)과는 옆에서 보기에 웃음밖에 안 나올 정도로 조곤조곤 잘도 어울린다. 하루는 참으로 다감하게 손을 잡고 교문을 나와서 집에 와서 ‘아까 무슨 일로 손잡고 내려왔어?’ 라고 물었더니 ‘음? 걔가 잡길래 그냥 있었지?’라고 대답하더란.(어, 그래… -_-)

지금까지 린양이 집에 와서 학교에서 일을 거의 말 안하는 편이었는데 3월 한달 동안은 까칠한 쪽과 싸운 전적을 정말 디테일하게 매일매일 읊었다. orz. 혹시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였을까 걱정돼서 면담 가서 여쭤보니 선생님이 웃으시며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지간히 부딪혀서 4월에는 자리를 멀찍히 떼어놓으시겠다고.

외동인데다 주변에 어른들밖에 없어서 원치않을 때 누군가가 자기를 귀찮게 하는 데에 참으로 면역이 없는지라 ‘다시는 안 놀겠다!’고 화르르 분노했다가 돌아서면 다시 놀러 나가기를 반복 중인데 본인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목소리도 커지고 말싸움도 제법 하고 두 남자애들 쫓느라 뛰어다니는 일도 많아져서 일단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어째 한 큐에 남자형제 둘을 얻은 느낌…)

어쨌거나 인간관계에 갑자기 부대끼는 상황이라 린양이 무리하지 않도록 계속 주시중이긴 한데 보고 있자면 쌍둥이란 참 이야기거리가 많구나 싶다. 그래서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쌍둥이, 삼둥이들이 인기가 많은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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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 (후다닥 도망갑니다)

    1. misha

      헛 저 이 댓글 “터치”(아다치 미츠루) 같다고 쓴 거였는데 왜 이렇게 남은 걸까요… [] 요 대괄호가 안 먹혔던 걸까요…

      1. Ritz

        저 8시간동안 이 댓글의 의미를 무쟈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 아마 대괄호 때문에 글이 씹혔나보네요. 안그래도 주변에서 터치, 싸이퍼 등등 쌍둥이에 여자애 하나 나오는 만화들이 다 튀어나오고 있어요. 저러다 싸우는 쪽이랑 정든다고…(다들 만화 너무 많이 봤음)
        만화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로 쌍둥이들은 성격이 비슷하기보다는 서로 정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은가봐요. 엄마 입장에서는 형제보다도 더 고민할 것들이 많아서 쌍둥이 키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