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번 여름방학 때는 린양이 학원에서 수업받은 동안 밖에서 기다려줘야할 일이 많아서 그 시간에 책이나 좀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리디북스에 이 책이 이북으로 올라와있길래 결제.
요즘은 거의 단권으로 된 책들만 읽어서 이렇게 긴 시리즈물은 오랜만에 잡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전작(바카노)도 번역자도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치가 좀 있었는데 한 3권까지는 처음에 바카노 읽을 때만큼 재미있었고 그 뒤로는 늘어져서 10권 정도에서 끝났으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보통 라이트 노벨들이 몇권까지 낼 지 정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반응보고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1권이 제일 완성도 있고 한 5권 정도 안짝에서 마무리지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경우가  많은 듯)

내용은…

이케부쿠로를 무대로 비일상을 동경하는 소년, 스토커, 고등학생, 몸 속에 한 자루의 요도를 품은 소녀, 무면허 의사, 바텐더옷을 입은 남자, 정보상, 목 없는 라이더 등에 의해 펼쳐지는 일그러진 사랑 이야기.

그냥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간단히 말하면 가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제일 미친 넘이고 제일 미친 넘일 거 같은 사람이 그나마 정상인인 상황에서 등장인물 모두가 극 중에서 ‘이 구역에서 가장 미친 건 나야’라고 외치는 군상극이라고 보면 된다. -_- 여기서도 목이 없는(진짜로 목없이 몸통만 있는 캐릭터가 나옴) 세르티가 그나마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일반인인 것 같던 미카도가 제일 맛이 간 걸 보면서 아, 이번에도 역시… 했다.

“에고에고에고, 안 고르면 죽일 겁니다.”
남자의 눈은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 말을 뒷받침하듯 그의 손에 어느 틈엔가 은색 쇠망치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양아치는 일단 피해가 적어 보이는 책을 고르려고 필사적이었다.
-빌어먹을! 왜 내가 이런 꼴을! 갓 형은 어찌 된 거야! 젠장, 좌우간 뭐든 골라야… 우선 이 ‘박살천사 도쿠로’라는 건 관두자, 표지엔 여자애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제목으로 보건대 무슨 짓을 당할지는 뻔하니까. …’더블브리드’…V(브이)? 이건 어때? 아니 잠깐, 그림을 보니 어린애 머리에 붕대가 감겨 있잖아. 역시 박살나는 건가?! 젠장, 어떤 게 제일 낫담….

(내 기억으로 더블브리드를 고르면 최소 눈알 뽑힌다…)

바카노 때도 그랬지만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이 우르르 등장하고 이야기 안에서 펄펄 날뛰는 모습이 즐거워서 그 맛에 보는데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자야라는 캐릭터가 너무 ‘독’과 같아서 후반부가 좀 괴로웠다. 얼마전에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를 2시즌까지 보다가 결국 접었는데 나는 악역이 메인인 경우에 그 악역이 나중에 인과응보로 벌을 받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악행들을 보는 스트레스가 너무 싫어서 결국 보다 포기하는 것 같다.(이번에는 어쨌거나 미리 다 결제를 해버려서 아까워 꾸역꾸역 읽었지만)
원래 맥락없이 막나가는 게 작가 개성이라지만 이자야는 좀 너무 나간 느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역시 헤이와지마 시즈오.(지난번 명탐정 홈즈 샀던 피그마 시리즈 중에 시즈오도 있던데 좀 탐나더라)
인기가 정말 많았었는지 외전과 새 시리즈까지 나오고 있던데 마저 읽을지는 좀 고민 중. 애니는 보려고 했더니 너무 길게 나왔고 차라리 바카노 시리즈가 이북으로 올라오면 그걸 마저 보고 싶은데….

듀라라라!! 136점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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