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내 손으로 구성하는 SNS의 세계는 어찌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집합체라 조금만 벗어나 동네 엄마들이라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고만고만한 연령대여도 생각보다 정치적인 성향이 다양해서 가능하면 화제에 올리지 않는 편이고, 혹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와 의견이 다르면 그게 나 하나의 설득으로 바뀔 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거니…’ 생각할 뿐 굳이 거기에 말을 더하지 않고, 영혼없이 맞장구 치지는 않는 정도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편인데…

이번에 신천지가 이렇게 세상을 어지럽힌 뒤로는 뭔가 갑갑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다음으로 문득 ‘저 사람 혹시…’ 하는 생각이 스멀 올라온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숨기려고 하는 것들이 있다면 내가 그걸 알 방법이 없다는 막연한 공포가 독처럼 마음에 퍼진다.

얼마전 형진씨의 이 트윗에 깊게 공감했는데 여기에 더해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혹시 저 사람이 신천지라서 저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라’ 라는 편리한 의심과 핑계를 만든 것도 이번 코로나가 남기는 흉터 같다. -_-


재료를 사놓고 자꾸 잊어버려서 아예 메모를 하기 시작했음…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한다는 빌미(?) 하에 고기고기한 매일.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 부부는 살을 빼보겠다고 저녁에 밥 대신 연두부를 먹고 있었는데 그러다 옆사람의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혜린이의 개학이 밀리면서 어느 순간부터 ‘에라이, 지금은 면역력이 먼저지’ 라는 핑계로 유래없이 식재료를 사들였다.(평소에는 냉장고에 가득 채워두는 걸 안 좋아해서 보통 금방 먹을 것만 두는 편)
외출도 못하고 사람 만나는 재미도 없어지니 맛있는 거 먹는 낙만 남아 쿠팡프레시와 마켓컬리 양쪽으로 땡기는 건 족족 사들였더니 식비 대폭발, 어느 순간부터 밀리기 시작해서 일단 당분간은 야채류 말고 장보기는 좀 멈추려고 냉장고 메모판에 미리 적어놨다.
당분간은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매우 두렵다. -_-;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잘 때 파자마를 입는 게 생활하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구분하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잠들고 일어나고 반복 중.
마지막으로 파자마를 챙겨입고 잔 게 언제였더라 생각하니 가물해서 핑계 김에 옆사람과 내 것을 주문했는데 자기 전에 촉감 좋은 파자마로 갈아입으면 의외로 기분전환이 된다.
나처럼 따로 잠옷 안 챙겨 입던 사람 중에 뭔가 ‘기분 좋은’ 일이 필요하다면 추천.


원래부터 나갈 일 없으면 현관문 밖으로 잘 안 나가는 편인데 그럼에도 가능한 한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니 갑갑해서 문득 이럴 때는 지난번 ‘펭귄의 길’처럼 시원한 책이 도움이 될까, ‘안네의 일기’처럼 극한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내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지, 생각하는 게 나을까 하는 뻘한 생각을 해봤다.


전혀 짚히는게 없는데 괜히 열이 오르는 것 같고(재보면 36.5도…) 목이 간지러운 것 같고 혹은 숨이 좀 가쁜 것 같기도 한 예민한 나날.
하루빨리 지금이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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