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해외로 마스크 보내는 규제가 풀렸다길래 지난주에는 일본으로, 이번주는 캐나다로 지인들에게 마스크를 대신 사서 부쳐줬다. 처음에는 선물로 몇 장 보낼까 생각했는데 대신 사서 부쳐주면 부탁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좀더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요한 사람 있으면 마진 없는 일종의 구매대행을 해보기로.
kf94는 가격이 꽤 내려가서 부쳐보니 배송료가 좀 들어도 마스크 장당 가격으로 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양쪽 다 부탁받았던 게 꽤 긴 기간 쓸 만큼 양이어서 부디 그 마스크를 다 쓰기 전에 이 모든 일들이 끝나기를 바라본다.

ems는 3천원만 더 내면 집에 와서 픽업해줘서 택배 받은 것 그대로 다시 부쳐주면 되니까 별로 손이 갈 일도 없는 편. 빠를 때는 국내 택배 만큼 빨리 간다던 일본행 택배는 꼬박 일주일을 묶여 있다가 오늘에야 출발했고(우연히 애니동 모님이 탄 비행기에 같이 실려 갔더란…) 캐나다행 택배는 또 얼마나 묶여 있을지, 건너가서도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다.

난데없이 주변에 마스크 필요하면 대신 사서 보내줄까 물어보고 다녔던 건 마음이 심란해 빌려온 책이고 뭐고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정신을 좀 다른 데에 돌려보려고 한 일이었는데 낮에 트위터 타임라인을 훑다가 이 글을 보고 왠지 5, 6, 7번을 실천한 기분. 🤔

………이라고.

새벽에 글을 잠시 올렸다가 오늘 예약해둔 택배 부치고 나면 올려야지 하고 내렸었는데.

그게 소위 이대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징조’였다. 그렇게 평탄하게 일이 흘러갈 리가 없지…

이른 아침에 전화가 울렸는데 택배 내놓을 장소 확인하는 전화일 줄 알았더니 받으러 오는 분이 ‘마스크 ***장이라고 되어있는데 총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신다.(신고서에 다 적었는데…)
마스크 장당 가격이 비싼 물건도 아니라 가격을 알려드리니 혹시 캐나다 쪽에서 마스크 매수 제한이나 가격 제한이 있는지 확인해보시겠단다.(내가 아는 우체국 직원분은 매수 제한 없이 200만원 이하(…)면 괜찮다고 했단 말이여..ㅠ.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와서 제한은 없는데 캐나다는 마스크는 다른 물품이랑 같이 보낼 수 없다고, 안에 들어있는 베이킹 몰드는 따로 포장을 해야 할 것 같단다.

이 베이킹 몰드란 무엇인가 하니…

받는 쪽에서 마스크만 들어있으면 배송사고(?)라도 날까 불안하다며(캐나다 치안이 그 정도인겨..ㅠ.ㅠ) 배송장에 뭐라도 한줄 더 넣으면 눈에 좀 덜 들어오지 않을까 하길래 어차피 무게가 좀 늘어난다고 배송비가 많이 뛰는 것도 아니라 겸사겸사 추가로 주문한 물건이었는데(심지어 신고서에 일부러 베이킹 몰드를 먼저 쓰고 마스크를 써야 하나, 머리 맞대고 순서까지 고민했다. 그러고 정작 작성할 때는 기억도 못하고 마스크부터 냅다 적었지만…) 이러면 같이 넣은 의미가 없어지고…

그래도 다행히 픽업오는 분이 오후에 들러주시기로 해서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배송장 재등록하고 박스테이프 반통 가까이 써가며 발라놓은 박스 다시 배 갈라서(…) 베이킹 몰드 꺼내 재포장 하려고 보니 이번에는 박스테이프가 다 떨어졌다…

꼭 이런 식이지…

빨리 포장 끝내놓고 싶어서 다이소 오픈 시간에 맞춰 옷 대충 꿰입고 집을 나섰는데,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아침 시간에 바깥 공기를 쐰 게 한참 건강검진한다고 들락거렸던 즈음이었다. 그 사이 또 계절은 바뀌었고 올 한해는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은 글자가 머리에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아 그냥 반납하려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맨 위의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는 내가 구매신청해서 받은 책이라 한번 펼쳐보지도 않고 갖다두자니 왠지 찔려서 일단 대출 기한 연장 완료.

오늘은 확진자 수를 보니 그야말로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는데 린양은 오늘까지 등교하면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들어가고 나와 옆사람이야 원래 두문불출 상태, 이 이상 뭘 더 조심할 수도 없으니 다시 주섬주섬 정줄을 잡고 더 할 것이 없을 때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보자 마음을 먹어본다.

다시 책을 붙잡을 거고,
오늘 도착한 새 꽃을 꽃병에 장식할 것이고,
기분이 나아질 맛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할테다.

이럴 때일수록 필사적으로 ‘괜찮도록’ 노력해야 한다.


11/28

열흘만에 일본행은 도착!

12/8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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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지난번 유행과는 다른 느낌이어요ㅠ

    1. Ritz

      아무래도 큰 요인이 있어서 확진자 수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경계가 느슨해져서 터지는 거라 숫자가 잘 안 줄어드는 것 같아요. 수능도 앞두고 있는데 걱정이네요. -_-

  2. 이 멀리서 저는 같이 카톡으로 터지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네요 ㅠㅠ 얼른 바다 건너 와야 ㅇㅇ동을 향해 절 할텐데
    괜찮도록 노력한 게 거의 벌써 일년이네요. 우리 모두 건강히 이 불확실한 나날들을 잘 보내고 훗날 그때 언니 덕분에 너무 감사했다고 또 전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1. Ritz

      빠르고 무사히 도착하길! 그리고 이 모든 게 빨리 지나가서 혜린이가 캐나다 가서 밥 얻어 먹는 날이 오길 기대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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