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파우젤을 섬기는 무녀를 베로니카라고 한다. 베로니카가 된 여성은 베로니카가 된 그 날부터 죽는 날까지 여신에게 빙의된 채 잠에 빠진다. 베로니카가 잠에서 깨지 않는다는 것은 파우젤이 그곳에 있다는 증거이자, 나라가 파우젤의 가호 아래 있다는 걸 뜻한다.
베로니카는 잠에 빠진 채 늙어간다. 베로니카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다시 말해 베로니카가 서거하는 것은 언제나 12월의 첫날이었다. 그리고 그 서거하는 순간에 잠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이 베로니카는 잠이 들 때 자신을 지켜줄 기사를 선택할 수 있는데, 베로니카의 기사가 된 사람은 베로니카가 죽는 날까지 불로불사로 그녀 곁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는 순간에 함께 죽는다.
어딘지 낭만적이고 무한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설정의 작품이 바로 ‘12월의 베로니카‘였다. 개인적으로 장면이라든가 설정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이야기가 잘 짜여 있었다. 거기에 일본 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숙명‘이 더해졌다.
뭔가 내용을 언급하면 네타바레가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야기만 하자면, 이 작품은 카도카와 편집부 담당자가 엄청 적극적으로 추천한 작품이었다. 뭔가 굉장히 오바스럽게 극찬을 했나본데 리뷰어의 감상도 나쁘지 않았던 편.
어찌어찌 운이 좋아 제목대로 12월에 낼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고, 다 보고 나니 계절과도 꽤 잘 어울린다 싶다.
나같은 경우는 읽다가 어딘지 모르게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냄새를 ‘아주 약간‘ 맡을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그건 주인공인 허큘리와 프레일이 주고받는 대화가 왠지 후치와 그의 일당들(읽은 지 꽤 돼서 다른 인물 이름은 기억도 안 난다)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내고 있는 전격 계열의 작품들이 현대물이 많다보니 오랜만에 소재나 분위기 면에서신선(?)했다. 교정을 보면서도 몰두하면서 읽었고 다 읽고나니 한켠이 아련해지는 엔딩도 꽤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