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예전에 손안의책 블로그 신간 소개에서 보고 재미있겠다~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스트님에게 선물받았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수험 준비가 한창인 세이난 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은 평소처럼 등교한다. 하지만 그날 학교에 온 사람은 평소에 사이가 좋았던 여덟 사람 뿐. 눈이 내리는 텅빈 학교는 왠지 기묘하게 음산하다. 시간이 되어도 수업 시작종은 울리지 않고, 여덟 명 외에는 인기척도 없다.
눈이 많이 와서 휴교가 된 것일까. 돌아가려던 학생들은 학교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창문도 열리지 않고, 심지어는 깨지지도 않는다. 휴대폰은 불통, 그리고 어느 순간 학교 안의 모든 시계가 5시 53분을 가리키며 멈춘다. 혼란에 빠지는 학생들. 갇힌 거나 다름없는 텅빈 학교에서 그들 중 한 사람이 두 달 전에 자살한 급우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깨닫는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자살한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과, 지금 이곳에 있는 자신들이 원래 7명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소개글을 보면서 예전의 일본 영화 ‘기묘한 이야기’에서 나왔던 ‘방 안에서 네 귀퉁이를 이동하는 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일행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네요.

누군가의 의식에 갇힐 수 있다는 설정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만 작품 전체를 장악하는 사춘기 고교생들의 섬세한 감정의 선들은 묘하게 늘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건전하다고 해야 하나, 사건들을 보면서 공감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더군요.
아무리 봐도 3권이나 되는 분량의 이야기는 아닌 듯해서 차라리 좀더 간결하게 이야기를 다듬었으면 어떨까 싶네요.
책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왠만하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1권 다 보고 바로 3권 본 다음 천천히 2권을 채워 읽었습니다..;

고교쿠도 시리즈의 외전 격인 백기도연대 신간이 나왔더군요. 사서 모으던 작품이라 일단 이번에도 구입을 했습니다.
혜린이 보면서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요즘 혜린이가 밤잠을 꽤 안정적으로 자는 관계로 제가 자는 시간을 좀 줄이면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도 하네요.

총평부터 하자면 이야기는 雨 시리즈보다 약간 더 재미있었습니다. 雨편은 뭔가 왁자지껄한데 진행에는 좀 우연과 억지가 심하다(이건 어찌 보면 본편도 그런 편이지만)는 인상이었는데 이번 風 시리즈에서는 그게 좀 덜하더군요.
첫번째 에피소드 마지막의 반전도 꽤 신선했고 두번째 시리즈에서 에노키즈가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도 아이디어가 기발했습니다만…

이번 편은 번역이 지난번보다 더 떨어지더군요. ㅠ.ㅠ 정말 왠만해서는 번역 이야기를 안하고 지나가고 싶은데 중간중간 아예 성의없이 그대로 번역한 부분도 너무 많고 문장을 채 다듬지 않은 곳도 많아서 가뜩이나 이 작가 특유의 꼬이고 꼬이는 사건의 서술을 따라잡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어찌됐든 이번 권에서도 에노키즈 탐정은 지맘대로 날뛰고 우리의 서민 주인공 모토시마는 이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키구치보다 이 모토시마 쪽이 더 호감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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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는 왠지 관심이 가네요.
    군대 안에 있으니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지긴 하는데 읽을 거리가 없다는 게 모든 장병들의 공통점인듯 -_-;; 다음 휴가때나 외박 때 찾아봐야겠습니다;;

    1. 리츠코

      다음 휴가때 나오시면 제 책 빌려드릴까요. 스트님도 디노님이 보신다고 하면 기뻐하실 거예요.(…)

  2. 미사

    어머낫, 번역하신 저 할아버님 -_- 편집부랑 싸우셨나?;;;
    굉장히 번역 많이 하신 분인데…(심지어 할리퀸까지) 다 편집의 힘이었구나. 이번 번역은 아예 편집자가 포기하고 손을 놓았나 보구려 -_-

    1. 리츠코

      아니면 그 할아버지가 아래 누군가에게 시킨 건 아닐까요. ㅠ.ㅠ 정말 근래 본 중에 드물게 엉망인 번역이었어요. 편집부에서 교정 포기하고 낸 거 아닐까요. -_-;

  3. 교고쿠도 시리즈는…생각보다 읽기 힘들더군요.
    망량의 상자 상권읽고 나서 하권을 못읽고 있습니다.=ㅁ=

    1. 리츠코

      고교쿠도의 장광설이 안 맞으신 걸겝니다. -ㅁ-; 저도 그게 싫어서 백기도연대쪽이 더 마음에 들 때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