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도 그렇지만 집안 일도 몰릴 때가 있고 좀 한가할 때가 있고 그런 법.
보통 계절이 넘어가는 즈음에는 자잘하게 일이 많아진다.
이번주가 ‘그런’ 주.
며칠 전, 다음날 아침에 먹을 식빵을 제빵기에 세팅해놓고 생각해보니 유난히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있을 틈이 없었던 것 같아 뭘 했었더라, 정리를 좀 해보자니…
계절이 바뀌었으니 겨울 옷은 정리해서 넣고 봄옷을 꺼내는 동시에 갑자기 더워져서 여름옷도 대충 몇 벌 추려 꺼내고 침대 패드는 극세사에서 면패드로, 솜이불은 차렵 이불로.(정씨들은 아직 춥다 하여 이건 나만 교체)
겨울 옷도 침구류도 다시 넣으려면 세탁을 해야 하니 며칠동안 세탁기, 건조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이불, 니트, 겨울 옷들 구분해서 돌리고 말리고… (그러고보니 올해는 처음으로 패딩을 세탁기에 돌린 후 건조기에 말려 봤는데 별 문제없이 원래대로 돌아와서 세탁비가 꽤 굳었다)
옷장 아우터 파트가 너무 복잡해서 한바탕 꺼내니 무려 예단으로 맞췄던 옆사람의 겨울 코트(이제는 작아서 입지도 못함…), 연애하던 시절에 입었던 내 코트(대체 몇년 된 거냐)가 튀어나와서 버렸다. 올 겨울 전에 좀더 버릴 예정. 너무 오래된 아우터는 보온성도 떨어져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다.
뭘 사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즘은 버리는 것도 훅훅 미련없이 버려서 좀더 바싹 추려낸 다음 앞으로는 입을 옷과 물건들은 길게 보고 고민해서 채워야겠다.
그 외에는 제빵기 넣을 자리를 만들면서 빼놨던 가재도구들을 분산해서 구석구석에 재배치하고 냉장고에 식재료 체크, 린양이 시험기간에 들어가면 간식 먹는 양이 늘어서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 위주로 챙겨놓고 키친타올, 마스크 등등 생필품 재고(?) 확인, 추가 주문하고.
요즘 하루 중 언제가 제일 즐거운가 생각해보니 아침에 일어나 매트 펴고 머리 질끈 묶고 새로 고른 요가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하면서 오늘은 며칠 전보다 조금 더 유연해졌음을 느낄 때. 다 끝나고 커피 프릳츠의 디카페인 콜드브루(이 집에 디카페인 콜드브루가 있다는 걸 안 뒤로 삶의 질이 약 10퍼센트 상승함)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의 조용한 여유.
저녁 먹고 난 후 다시 매트 펴고 옷이 땀으로 푹 젖을 때까지 1시간 운동한 후 싹 씻고 앉아 두유 한 팩 땡길 때.
숨쉬기 운동 말고는 관심이 없던 내 인생에 자진해서 이렇게 운동을 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정말 사람 일 알 수 없지…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니 작년의 악몽이 스물스물 기어나와 나도 모르게 다시 긴장이 돼서 운동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문득 궁금해서 옆사람에게도 물어보니 요즘 옆사람의 행복한 시간은 세 식구가 모여앉은 저녁밥 먹는 때라고.
지인이 나에게 해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좋아한다. 크고 부푼 행복도 물론 좋지만 요즘같은 시절에는 일부러라도 꾸준히 작고 작은 행복들을 모아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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