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느새 먼지만 뽀얗게 쌓인 거실장(?) 앞에 쓰레기 봉투 하나 던져놓고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꽂혀 있나, 다 꺼내봤더니 DVD 칸에서는 린양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까이유와 바비 애니메이션들, 온갖 디즈니 비디오 애니들(지 엄마만큼 말 드럽게 안 듣는 에리얼의 딸이 나오는 인어공주 후속편이라든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요정 대모의 요술 지팡이를 손에 넣고 나서 벌어지는 엉망진창 이야기라든지…)이, CD 쪽에서는 린양이 어린이집 다닐 적에 받아서 모아놓기만 했던 잡다한 영어 교재 CD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이사오면서 왜 안 버렸을까)

이번에도 정리 전 사진은 없음. 비우고 나니 휑해서 홈즈 피규어라도 갖다놔봤다.

어쩐지, 내가 CD는 가끔 사도 DVD는 별로 열심히 사는 편이 아니었는데 대체 뭐가 저렇게 많이 꽂혀 있을까 싶더니. 😶

다 솎아내고 나니 중간에 두 칸이 비는데 현관에서 들어오면 저기가 시선이 먼저 닿는 곳이라 어떻게 해야 보기 좋을지 목하 고민 중.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와중에 무슨 요일이었더라 확인하니 어느새 금요일이라 깜짝 놀랐다.
이번주는 중간에 옆사람 생일도 있고 해서 그랬나, 유난히 훌쩍 지나가버렸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샀던 꽃다발에 나무(?)류가 많았는데 나중에 내가 주문했던 꽃에 서비스로 받은 소국을 합쳤더니 거의 보름 넘게 부엌 카운터에 두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꽃다발을 장식하고 있던 나무가지에서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일단 따로 꽂아둬봤다. 저 잎이 어느 정도 커지는 건지, 다 피고나면 어떤 모양인지 궁금한데 과연 끝까지 볼 수 있을련지.

은수저 마지막 권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주문했다.
대부분의 전개와 갈등은 사실 13~14권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마지막 권은 에필로그 느낌도 나지만 그래도 좋아하던 캐릭터들이 각자의 길을 신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그나저나 홋카이도가 러시아에 그렇게 가까운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

재미있게 보던 작품이 무사히 완결되고 나면 앞으로 더 읽을 게 없는 게 허전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 마지막 후기에 이야기한 것처럼 편집부는 작품이 계속 가길 원했을테고 작가는 애초에 고등학교 3학년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듯한데 그 절충으로 진행된 게 마지막권이 아니었을까 싶다.

팍팍한 교육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런 류의 청소년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읽으면 부럽고도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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