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곤마리’라는 이름은 작년에 트위터인가에서 보고 충동구매한 만화책에서 처음 알았는데 만화로 된 실용서라고 생각하고 샀다가 기대했던 만큼 정리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팁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 알라딘 중고로 신속하고 넘기려고 했더니 린양이 계속 두고 보고 싶다고 해서 일단 킵했다.

만화책에 특별히 감흥이 없었다보니 다른 책을 더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확실히 만화책보다 강렬했다.
실제 집들이 하나씩 before/after로 바뀌어나가는 게 만화 컷보다는 리얼하고 게다가 모든 사람이 ‘올해는 좀 치워야지’ 생각하는 1월 1일에 공개된 것도 그야말로 노림수였다.(이거 두세편 돌려보다가 정초에 계획에도 없던 구석구석을 엎었네. -_-;;)

일본 쪽 배경의 다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집들을 다니면서 솔루션을 해주는 건 의외.
아이가 어려 어느 사이에 엉망이 된 집이라든지, 남편을 잃고 이제 떠난 사람의 자리를 정리해야 하는 사람, 2대째 살고 있는 짐이 넘쳐나는 집 정리, 부모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게이 커플 등등 정리와 수납이라는 소재를 ‘사람 사는 이야기’와 접목시켜 반복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풀고 간다.


처음에는 이왕이면 같은 동양권인 일본 집들을 배경으로 하면 실내 구조라든지 비슷해서 내가 볼 때 좀더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시키느니 내가 하고 말지’ 하다가 모든 가사일을 떠안고 있는 맞벌이 주부라든지, 한 집에 오래 살면서 자식들 모두 독립하고 나니 기존의 살림에 자식들이 허물 벗듯 남겨놓고 간 짐까지 더해져서 포화상태인 집 등등을 보다보면 서양이든 동양이든 사람 사는 건 크게 다를 게 없다. -_-;

보통 이런 장르에 전문가들이 등장하면 본인이 나서서 착착 정리하고 짠~ 하고 바뀐 집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데 이 사람의 경우 철저하게 ‘요령’을 알려줄 뿐 본인은 손대지 않는다.(이건 만화책으로 볼 때도 기억에 남았음) 정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리를 시작하도록 등을 떠미는’ 역할을 하고 정리해야 할 모든 짐을 한곳에 쌓아 ‘이걸 다 정리하지 않으면 이 상태로 살아야 해’라고 퇴로를 막은 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정리를 끝냈을 때의 ‘만족감’을 유도하는데 그래서 이 사람의 정리법은 본인 말대로 ‘요요가 없을’ 법하다.

나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별로 강하지 않은지 한번 작정하고 정리를 시작하면 버리는 것도 가차없는 편이고 오히려 쓰레기 봉지 채워 한번에 내보내는 것에도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소위 집에 이불채와 수저만 두고 사는 게 미덕이라고 말하는 듯한 ‘미니멀리즘’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무언가를 자꾸 ‘버리라’고 강요하기 보다 정말 소중한 걸 ‘남기라’고 말하는 이 사람의 방식은 다큐멘터리로 보니 더 호감이 간다.

ps. 에피소드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주부 입장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건 집집마다 하염없이 나오는 ‘수건'(…) 수건이 참… 그래…

https://www.netflix.com/title/80209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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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저사람…미국 쪽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인 거 같아요;; 미국 실용서도 꽤 나와있고…지금도 한다면 저도 신청을 해볼까….혹 하네요.. 요즘 집이 그지꼴이라…ㅠ.ㅠ

    1. Ritz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했고 미국에서도 엄청 반응이 좋았나 보더라고요. 사실 집정리하는 건 만국공통의 고민이니… 사실 저 사람은 불러도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 게 없어서 다큐멘터리나 책으로 보고 ‘정리하고 싶은 욕구’만 충전해서 직접 해도 될 거 같아요. 책보다 다큐멘터리가 좋았던 건 영상으로 보니 좀더 알기 쉽더라고요.

  2. 이 글 보고 ‘이런게 있었어?’하면서 넷플릭스 접속하니 바로 뜸. 무서운 구글+페북+넷플릭스.

    1. Ritz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능…(?)

      1. ㅎ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