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리야와 교장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그 네 번째는 마지막 이야기 정독을 마쳤습니다.
이 책은 실제로 6월에 내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 전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들을 감당하는 게 매우 귀찮아서 일단 5월 발매로 진행을 했군요.

이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은 NT Novel 중에서도 상당히 감성적인 작품에 속합니다. 학원연애물을 베이스로 멜로까지 가미되었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도 적절했습니다.
다만 제가 읽으면서 약간 아쉽다면 아쉽고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었던 점이라면 1~3권까지 오면서 그려졌던 주인공 아사바의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이 이번 4권에서는 거의 존재감을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뭐, 작가가 원했던 이야기가 결국은 아사바와 이리야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무리를 짓기에는 캐릭터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런 만큼 4권에서는 이 두 주인공의 절망에 절망으로 달리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나 제 주변의 여자들은 이런 계열의 내용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남자 독자들에게는 정말 딱딱 먹힐 만큼 사건과 설정 하나하나를 잘 만들었다 싶네요. 젊은 작가의 세련된 감성이 이야기를 아슬아슬하게 신파스럽지 않도록 잘 끌고 나갔습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이 많을 테니 자세한 이야기 언급은 피하기로 하고, 아무튼 이리하여
아사바의 여름은 끝이 났습니다.
이 소년은 자신이 겪었던 한 차례 홍역과도 같은, 그리고 잔혹하기만 한 그 여름을 그래도 잘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 엔딩과는 무관합니다만 대부분 이런 엔딩을 원했을지도…

그로부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아사바는 지금 가게 뒷마당에 있는 나무 아래에 의자를 내어놓고 여덟 살 난 손녀딸의 머리를 잘라주고 있는 참이다.
거대한 태양이 바다에 가라앉는 시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어지는 시간.
손녀딸은 이리야를 쏙 빼어 닮아서 요즘은 틈만 나면 주위 어른이 누구이건 상관없이 질문을 퍼부어 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 섬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데 진짜야?
그래. 최후의 길을 걸어왔더니 이 섬에 다다랐단다.
최후의 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쭉 손을 맞잡고 걸어온 길이야.
그 길의 끝이 이 섬이야?
그렇단다.
그럼 시작은? 그 길은 어디에서 시작하는데?
아사바는 문득 손을 멈추고 애초에 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생각한다. 아사바는 찾다 찾다 지친 끝에 한숨과 함께 얘기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