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예년과는 다르게 정말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지라 크리스마스, 연말이 되니 감사한 마음에 선물을 챙기고 싶은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 옆에서 너무나 큰 힘이 되어준 분에게 ‘진짜로 작은’ 성의를 표시하고 싶어서 갔다가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직접 돈 주고 사기에는 왠지 처량하지만 누군가가 선물해준다면 마음의 위안이 될 것 같은 노호혼을 갖게 되었네요. 이전부터 하나쯤 있었으면 했던 것이라 주신 분의 센스에 다시 한번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집에 들어와 켜놓고 까닥까닥이고 있는 노호혼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세상사 힘든 일이 지나고 보면 그저 과거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 부분에도 모두 해당되는 장면들이 팝업식으로 되어 있는데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해당 팝업이 적절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올해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 북>입니다.
원래 (원조 로리콘이기도 한)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 시리즈는 워낙 좋아했던 데다가 웹에서 사진만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지요.
로버트 사부다가 만든 이 팝업 북은 얼마 전에 시공사에서 국내판을 발매하기도 했는데 가격이 원판보다 좀더 비싼지라 선물받은 것은 원판입니다. ^^ 게다가 왠지 이런 책은 원판으로 가지고 있는 게 훨씬 더 근사할 것 같아서요.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볼 때도 감탄했지만 실물로 보니 정말로 입이 쩍 벌어집니다. 카메라 배터리가 아슬아슬해서 몇 컷만 찍어서 올려봅니다.
아 팝업 북에서 가장 절정은 역시 동굴 속으로 떨어지는 앨리스인데 제 카메라로는 잘 찍히지가 않더군요.
조만간 상세히 찍어서 다시 한번 글을 써볼까 하네요

ps.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한 김에…
오늘 약속 장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나는 옛날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엇을 받았았던가, 를 회상해보았습니다.
매년 꼬박꼬박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철들고 맨 처음 기억나는 건 유치원에 온 산타에게 받은 치마 잠옷. 겨울철용 분홍색 치마 잠옷이었는데 입고 보니 잘 때마다 치마가 허리까지 둘둘 말려 올라가는데 그 천이 제법 두꺼워서 불편했습니다. -.ㅜ
그 다음에 가장 마음에 들었달까, 인상적이었던 선물은 역시 빨간 피겨 스케이트로군요. 초등학교 1, 2학년 쯤이었나… 당시에는 겨울 논에 물 뿌려서 얼린 다음 개장한 스케이트장이 주변에 꽤 많았는데 지금도 작지만 어릴 때도 마디게 컸는지 한 1, 2년은 계속 그 스케이트를 잘 타고 놀았습니다. 마치 흔히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정말 빨간 스케이트였다는 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그 다음은 둘째가 받았던 스타워즈 제다이 광선검 무전기!
당시에 스타워즈 영화도 보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둘째가 갖고 싶다고 했던 선물입니다. 아마 그 해에 저는 그냥 사탕과 과자가 잔뜩 먹고 싶다…고 그렇게 받았던 것 같군요. 이 장난감은 그 후로 꽤 오래 집안에 굴러다녔습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메트로놈이로군요.
피아노를 한참 배울 때였는데 실제로 사고 보니 이 메트로놈은 그다지 쓸 일이 없었습니다..;(그렇게까지 제대로 피아노에 몰입할 리가 없으니) 이게 아마 초등학교 4-5학년때쯤이었던 것 같네요.

나열하고 보니 뭔가 럭셔리한 어린 시절이었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이 넉넉했다기보다 부모님들이 잘 챙겨주셨던 게 아닌가 싶군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종종 이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선물 받을까 궁금해서 주변의 유일한 ‘아기 아빠’ 톰 아저씨께 여쭤보니 ‘인터랙티브 전자 책’이라는 뭔가 하이테크(?) 아이템이네요. ^^;;; 그러고보니 우리집 막내 같은 경우는 내내 변신 로봇이었던 것 같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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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리츠코

    rot>원판이 싸다기보다는 국내판이 좀 비싸게 나온 것 같더라구. 며칠전에 반디앤루니스 가니까 이거랑 오즈의 마법사도 팔더라. ^^

  2. rot

    나도 저 팝업책 갖고 싶었었어. 음… 원판이 더 싸단 말이지. 뭐 코워크로 해 오면 그럴 수도 있겠다만. 원판이 미국판인가? 유럽쪽은 그냥 책도 살인적으로 비싸더만.

  3. 리츠코

    siyang>siyang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4. siyang

    리츠코님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