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크리스마스 이브를 오페라의 유령을 보며 보냈습니다.
예전에 공연이 왔을 때도 가보고 싶다 하고 그냥 놓쳤던지라 이번 영화만큼은 꼭 보리라는 생각에 서둘렀는데 보고나니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전에 몇번 예전 영화판을 보려고 시도했다가 지루해서 실패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실은 오페라의 유령은 지루한 작품일지도…’라고 의심했었는데 말이지요.

화면도 멋졌고 여전히 음악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예전 사라 브라이트만이 공연했던 버전의 음반을 가지고 있는데 맨날 그 음악을 들으면서도 뭔소리 하는지 전~혀 몰랐다가(…)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그 노래들의 가사가 그런 내용이었구나, 하고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확이 있었네요. ^^;;;;

내용에 대해서 감상을 잠시 언급하자면, 팬텀의 크리스틴에 대한 애정이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스토커’라 통칭되는 그것과 좀 비슷해서 뜨악했습니다…;
‘너희 둘 다 저주하겠어~~’라고 울부짖는 장면을 보며 ‘헉, 혼자 좋아하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혼자 차였다고 생각하는 제일 겁나는 케이스 아닌가’ 했지요. 그래도 끝부분에 원숭이 인형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역시 불쌍했습니다(요즘 기준으로 봐서는 그렇게 흉한 얼굴도 아니더만. -_-;).

크리스틴으로 나오는 에미 로섬이 꽤 역할에 잘 어울렸습니다. 어딘지 멍해 보이면서도 파르스름한 이미지였달까요. 노래는 확실히 지금까지 들었던 사라 브라이트만보다 약간은 약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불안정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게 마음에 들었네요. 그런 만큼 마지막 공연에서 보여준 힘있는 곡도 더욱 멋지게 들렸습니다.

이 부채춤은 암만 봐도 저~기 북쪽 동네에서 추는 ‘아바이 수령님을 받들어~’ 분위기가…;
(그래도 멋지긴 정말 멋졌음)

웹상이나 주변의 반응이 ‘잘못하면 존다’와 ‘멋있었다’의 두 갈래로 갈리는데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전의 시카고나 물랑루즈(이 두 작품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보다는 고전적인 만큼 극의 굴곡이 완만했지만(막판에 팬텀이 그 와중에도 악착같이 튈 줄이야. 좀더 비장한 엔딩을 원했건만… -_-;;;) 그래도 여전히 음악은 너무나 훌륭했고 클래식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보고 나니 기회 되면 꼭 실제 공연도 보고 싶어지네요.

2 responses

  1. 리츠코

    rot>그래서 본 사람들 중에서는 키워준 은혜를 배반한 크리스틴이 나쁘네 어쩌네 하던데, 사실 키워준 거랑 사랑은 다른 거잖아? –;; 그런 논리라면 세상의 모든 연예인은 매니저와 결혼을 해야…
    안그래도 나도 보면서 팬텀은 몸에다가 필로폰이라도 두르고 다니는 걸까 했었다니까. ^^;

  2. rot

    난 아빠뻘의 팬텀이 크리스틴을 어렸을 때부터 찍어놓고는 키웠다-_-로 보이더만(거기 안무가로 나오는 아줌마랑 팬텀이 같은 또래잖아. 그 안무가 아줌마는 크리스틴의 엄마 또래고.) 혹자의 말에 따르면 팬텀이 나올 때면 뽕 맞은 것처럼 무너지는 크리스틴이 인상깊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