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공연 문화와는 백만광년 거리가 있는 생활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일본에 와서 한국 가수들 콘서트를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나무숲 회사 사장님이 아는 분에게 표를 얻어오시는 바람에 오다이바의 재프 도쿄홀에서 열린 ‘Korea-Japan 레인보우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일본과 한국 가수들이 합동 공연이라도 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일본의 음반 관계자들을 모아서 일본 진출을 노리는 가수들의 공연을 펼치는 것이었더군요. 올해는 처음으로 일본과 한국 m.net에서 동시에 생중계를 했다고 합니다.
오늘 공연한 가수들은 윤도현밴드, 테너 임태경, K, 테이, 채연, 슈가, 클래지콰이와 다이나믹 듀오, 서문탁, 드림 테크노, 신화의 신혜성과 이민우 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진출과 연관된 자리이다보니 모두 라이브가 괜찮은 가수들이어서 상당히 볼만한 공연이었네요(개인적으로는 테이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음. ^^)
슈가의 경우 이번에 TBS에서 새로 시작한 후카다 쿄코 주연의 ‘행복해지고 싶어’의 오프닝을 맡았더군요. 오늘 낮에 드라마 재방송을 보면서 오프닝이 꽤 괜찮다 생각했는데 실제 라이브로 들어도 발랄하고 귀여운 곡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일본 사람들은 정말로 공연 내내 참으로 반응이 점잖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윤도현 밴드 같은 그룹이 나와서 공연하면 거의 분위기에 휩쓸려 열광의 도가니였을 텐데 이번 콘서트에서 관중들 반응은 크게 달아오르지가 않더군요. 그게, 딱히 가수들이 인기가 없어서라기보다 원래 그런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나마 가장 열광적인 분위기다 싶었던 게 신혜성과 이민우가 나올 때였습니다(‘신화 M 열도 녹였다‘라고 호들갑을 떨만은 했음).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글에 외국 그룹들이 일본에서 공연하고 한국으로 오면 관중들의 열광적인 분위기에 그렇게 기분좋아 한다더니 그게 어떤 건지 알겠더군요.
공연을 했던 재프 도쿄홀은 크기는 별로 크지 않은데 1층은 모두 스탠딩석이라 2시간을 내내 서서 보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도 간만에 스트레스 해소는 잘 했습니다. ^^(이사짐이 여전히 말썽인지라. -.ㅜ)
Responses
키딕키딕>오, 앨범도 살까 하고 있긴 한데 당장 여기서 들을 음악이 고갈이라오. 보내주시오~~
클래지콰이 짱! 여자 목소리 넘 좋죠~ >.< 리믹스 앨범도 정말 좋아요. 안 사실꺼면 네이트온으로 보내드립죠!
jjaya>거러취요. 찍을 때는 좀 불안했는데 집에 와서 크롭해서 줄여보니 제법 사람 얼굴을 알아보게 찍혔더라구요. 이번 카메라도 대만족.
롯>헉, 신혜성 사진 중에 그나마 저게 제일 나은 거야..; 쟤 나올 때 뒤에 조명이 내쪽에서 봤을 때 되게 이상하게 비쳐서 제대로 나온 게 별로 없더라구.
신혜성의 사진을 더 내놓으라! 내놓으라!!
우홋 고감도 카메라를 산 보람을 느꼈겠군
Tom>어제 공연 보면서 음반을 사봐야겠군, 하고 생각한 게 클래지콰이랑 테이였어요. 클래지콰이는 요즘 김삼순에 음악이 들어가면서 대중적으로 점점 어필하고 있다더군요.
삭은이~>팔 흔들고 방방 뛰는 게 더 흥겹긴 할 것 같아요. 어제는 스탠딩 콘서트 치고 정말 진지했음..;
잼 콘서트는 2시간 내내 서서 팔 흔들고 방방 뛰느라 정신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몇번 안되지만 제가 가봤던 한국 콘서트들이 훨씬 더 열광적이긴 했었네요. 한국서는 죄다 의자위에 올라가서 죽는줄 알았음 T_T
일본 사람들 원래 그런 경향이 있는 듯.
월드 투어 다니는 록 밴드들이 아무래도 일본에 왔다가 곁다리로 한국에 들렀다 가는 경우도 많은데, 공연하고 나면 홀딱 반해서 돌아간다더군. 실제로 공연홍보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왔던 어떤 뮤지션은 ‘지난번에 한국 팬들에게 홀딱 반해서 다시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했을 정도. 돈이 되니 일본을 주로 공략하기는 하지만, 공연장의 열기로만 따지면 한국와 일본은 비교가 안된다고들 하대. (일본 공연장은 안가봐서~~)
클래지콰이는 몇 번 안들어보고 앨범을 덥썩 샀던 밴드.
나름대로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stepping out 은 유짱의 favorite number~! 그거 들고 와서 틀어달라고 하기도 해.
클래지콰이의 음악을 듣고서 놀랐던 건, 전체적인 구성능력과 스케일(크기 x)감각. 보통 우리나라 음악의 특징이자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 이른바 ‘뽕끼'(약 먹었다는게 아니라 뽕짝 스타일의 스케일을 알게모르게 구사하는..)가 그릴에 구운 고기 기름기 빠지듯 쏘옥~ 빠져나갔더라고.
자우림과 견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김윤아 원맨 밴드나 다름 없는 자우림과는 확실히 색깔이 달라. 사내녀석의 보컬도 꽤 괜찮고. 뭔가 화끈한 열창이나 파워로 밀어붙이는 건 아니지만, 드라이하면서도 갈라지지는 않는 나른함 같은게 있지. 원래 이런 스타일의 밴드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 아마 옛날 같았으면 ‘니힐리스트 밴드!’ 라며 힐난 했을 듯. – 살짜쿵 나이 먹었다구 그런 건지 이런 것도 괜찮더라구. 쿠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