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즈음 우리 집 TV에서 갑자기 NHK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얼결에 카드캡터 사쿠라도 본방으로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방학 때 오전 10시 즈음이면 방학 특선 애니를 틀어줬는데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고 어떤 애니가 나올지도 전혀 모르는 채로 기기에 공 테이프를 넣어놓고 대기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저것 자잘한 OVA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 ’마크로스 플러스’와 ‘나의 지구를 지켜줘’.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그때 한참 만화로 보던 작품이라 그게 영상으로 흘러나올 때의 반가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마크로스 플러스는 무슨 이야기인지 1도 모르겠지만 저 콘서트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녹화한 영상 틀어놓고 앞에 카세트 테이프 기기 들고 노래 녹음해서 듣고 다녔더랬는데 며칠 전부터 이 영상이 자꾸 생각나서 유튜브에 검색하니 역시나 있네.
녹음해서 듣고 다녔던 곡도 애플 뮤직에 있고. 이렇게 깨끗한 음질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고등학교 때의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지금은 뭐든 참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
이 영상 보면서(내가 티비로 보던 것보다 훨씬 화질도 좋네) 예전 애니의 손으로 그린 특유의 질감이 그리운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참고로 저 뒤로 제대로 자막판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마크로스 플러스 내용은 자세히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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