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들어서 본 애니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이 무한의 리바이어스를 들 것 같습니다. 원래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이 작품은 한번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고, 이야기상에서의 상황 설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번쯤 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틀은 소설 15소년 표류기와 흡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단지 그 배경이 우주로 바뀌었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훨씬 많아진 셈이죠.
이야기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서력 2225년, 태양 프레아의 이상방사, 게둘트 페노메논이 일어나, 태양계의 반이 플라즈마의 바다로 가라앉은 세계. 항주사훈련소, 리베 델타의 학생인 주인공 아이바 코우지, 그의 동생 아이바 유우키, 소꿉친구 호우센 아오이, 친구 오제 이쿠미와 이쿠미를 좋아하는 코즈에는 2주간의 휴가 기간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우연히 리베 델타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리베 델타는 게둘트의 깊은 곳으로 강하를 시작하는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엘리트 실습생 츠바이 일행-유이리 바하나 등…-은 서둘러 리베 델타에 탑승중인 학생들을 교습정 리베르로 피신 시키고 다시 게둘트해에서 떠오르고자 시도하지만, 갑자기 리베르의 브릿지에 리베 델타의 궤도를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한 장본인인 두 사람의 공작원이 나타납니다.
이쿠미의 임기응변과 사태를 감지한 블루 일행의 힘으로, 공작원들은 구속되고, 카운트 다운은 계속되지만, 결국 리베르는 기동에 실패한데다가 게둘트의 바다로 떨어져갑니다. 그때, 돌연 뭔가가 발동, 리베르는 맹렬하게 부상을 개시하는데…
간신히 게둘트의 바다에서 탈출한 훈련생들. 리베르의 브릿지에 대기하고 있는 츠바이(리베 델타내의 실습생 중에서도 엘리트)는 자신들의 교습정이 거대한 수수께끼의 외양형항주가잠함에 도킹되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츠바이의 엘리트, 유이리 바하나는 사고가 인위적인것, 교관들이 자신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순직했다는것, 그리고, 리바이어스라는
이름의 수수께끼의 항주함
의 존재를 말하고 살아남기위해 리바이어스에 옮겨탈 것을 학생들에게 요청하고 조난 신호를 보낸 후 구조를 기다리던 일행은 돌연 궤도보안청의 순시정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쯤되자 일이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데…
외부에서는 이들이 타고있는 리바이어스 함이 테러리스트들이 승선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대한 음모에 휩싸인 리바이어스 함의 487명의 소년 소녀들. 이제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할 곳도, 행선지도 잡지 못한 채 사투를 벌여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 적으로부터 공격이 계속되는 불안한 생활 속에서 모두의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폭력, 절도 등 악이 난무하기 시작하는 과정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보고 있자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악에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움직임, 그리고 그 권력에 기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작품을 보다보면 그들의 그 절망적인 상황에 몰입해 나 자신도 모르게 좌절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메인이 되는 캐릭터만도 15명이 넘는 꽤 큰 대작인데다가 그들 하나하나에 꼼꼼하게 신경을 쓴 설정자료 덕분에 이야기는 한번도 중심을 잃지 않은 채 탄탄하게 진행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흔들림이 없어 보는 사람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꽤 긴 이야기이니 만큼 한번쯤 큰 마음 먹고, 어린 시절 15소년 표류기를 보던 감상을 떠올리며 미래 세계의 15소년 표류기를 보듯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