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고등학교 즈음 우리 집 TV에서 갑자기 NHK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얼결에 카드캡터 사쿠라도 본방으로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방학 때 오전 10시 즈음이면 방학 특선 애니를 틀어줬는데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고 어떤 애니가 나올지도 전혀 모르는 채로 기기에 공 테이프를 넣어놓고 대기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저것 자잘한 OVA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 ’마크로스 플러스’와 ‘나의 지구를 지켜줘’.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그때 한참 만화로 보던 작품이라 그게 영상으로 흘러나올 때의 반가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마크로스 플러스는 무슨 이야기인지 1도 모르겠지만 저 콘서트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녹화한 영상 틀어놓고 앞에 카세트 테이프 기기 들고 노래 녹음해서 듣고 다녔더랬는데 며칠 전부터 이 영상이 자꾸 생각나서 유튜브에 검색하니 역시나 있네.

녹음해서 듣고 다녔던 곡도 애플 뮤직에 있고. 이렇게 깨끗한 음질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고등학교 때의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지금은 뭐든 참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

https://youtu.be/hvuYm30TuSA

이 영상 보면서(내가 티비로 보던 것보다 훨씬 화질도 좋네) 예전 애니의 손으로 그린 특유의 질감이 그리운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참고로 저 뒤로 제대로 자막판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마크로스 플러스 내용은 자세히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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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Tom

    같은 작품을 두고도 이렇게나 감상이 다를 수가…

    나는 마플을 마크로스 시리즈 TV판과 극장판 이후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2편까지고, 그럼에도 제일 별로였던 것이 저 콘서트 장면. 음악이 별로 취향에 맞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불완전한 인공 지능이 뮤지션의 꿈을 포기한 한 사람의 아바타가 되어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한 그에게 그 아바타로나마 어필(?) 하는 대 환장파티’라니…. – 난 이게 진짜 별로였거든.

    실사/ 만화 영화 통틀어 내 맘대로 선정한 TOP3 에 들어가는 항공액션 연출이 최고라네. 스토리도 끝내줬고. 2편까지만….

    1. Ritz

      사람마다 감상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아니겠어요. : )

      저는 아마 마크로스 시리즈를 아예 안 보고 저것만 봐서 저 장면이 제일 좋았을 거예요. 마크로스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저 콘서트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애니메이션에서 저런 항공 액션을 수작업으로 연출한 마지막 작품이 저 마크로스 플러스라대요. 정말 오랜만에 본 건데 지금 봐도 정말 멋있네요. CG로는 못 느낄 어떤 매력이 있어요.

      1. Tom

        사실 콘서트 장면 자체야 아이디어와 연출 모두 훌륭, 그 상황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지. 무엇보다 뮨이라는 캐릭터가 호감도 0에 수렴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쉐릴 콘서트 씬이 이 씬을 확대재생산한 것인데, 기술적 발전에 기댄 화려한 연출도 연출이지만 쉐릴이 뮨과는 정 반대로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라 그 힘이 받쳐준 결과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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