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발매 전에 잠깐 극장에 걸린다길래 보러갈까 어쩔까 하다가 콘서트 장면이랑 공중전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 예매.
중학교 즈음인가,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집 티비에서 NHK가 나오기 시작했다.(부산 아님) 당시 살던 아파트가 방송국 조합 아파트였는데 그래서였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방학 때 오전 10시 즈음에 그 채널을 틀면 대략 일주일 정도 애니메이션이 방영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방영 일정표 같은 것도 알 수 없으니 방학이 시작되면 비디오에 공테이프 넣어두고 녹화 준비를 마친 후 매일 그 시간에 틀어보면서 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우연히 본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이 <마크로스 플러스>.
일어는 하나도 모르는 채로 화면으로 대충 내용을 때려맞추며 봤는데 그럼에도 샤론 애플의 콘서트 장면이나 음악이 너무 좋았더랬다.
그 뒤로 제대로 찾아보려면 찾아볼 기회야 많았겠지만 어차피 좋아한 건 노래와 영상 정도라 가끔 영상 클립으로 찾아봤는데 n십년만에 이 작품 내용이 뭔지 제대로 알았다. 🤔
옆사람 말을 빌자면 내용은 어장 관리에 실패한 뮨과 두 남자….?
인공지능이 뮨 자신보다 더 명료하게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극장판 자막은 ‘뮹’인데 글자가 너무 안 예쁘니 그냥 뮨으로 쓰자. -.ㅠ)
강남역 개봉관은 100명 남짓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였는데 그래서 한층 옛날옛적 상영회 느낌이었다. 대충 열명 좀 넘는 사람이 같이 본 것 같은데(그중 3명은 우리 일행) 평균 연령은 가뿐히 40대를 넘었을 듯.(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어려 보이긴 했다만)
사실 이 애니는 극 중 등장인물 중에는 멀쩡하게 이해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그야말로 ‘콘서트’와 ‘전투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2시간이 길었다.(옛날 애니 템포 정말 느림)
차라리 그냥 뮤직비디오처럼 중요한 장면 클립만 틀어줬어도 같은 돈 내고 가서 봤을 듯.
이 나이에 보고 있자니 다 큰 남자들이 온 도시를 박살내면서 고등학생처럼 싸우는 모습이 너무너무 한심해서 개그로도 안 보이더라. -.ㅠ
어쨌거나, 샤론 애플의 콘서트 장면을 제일 기대하고 갔는데 의외로 전투 장면이 너무 좋았다.
아날로그 느낌이 주는 날 것의 긴장감이 지금의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매력이라면 매력.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미있게 봤고 같이 보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 살고 있어서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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