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대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나왔던 에세이집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읽고 이 책은 구매했는데 반납일이 없는 책이라 그런가, 손에 잘 안 잡혀서 마침 오늘 식구들이랑 저녁 시간에 카페에 마실 간 김에 가져가서 다 읽었다.
이 거장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건지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읽는 내내 ‘이 사람 인생은 뭔가 슬렁슬렁 잘 풀리네’ 라는 감상만 남았고 그래서 나머지 이야기에 궁금증이 급하게 동하지 않았는데 이 <나는 앞으로..>는 앞의 책과는 전혀 다른, 마치 다른 사람인 양 엄청난 밀도로 삶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듣고도 마치 그 숫자를 잊으려는 듯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한 인간의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그래서 이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고 인정을 받는 거구나, 하는 납득과 존경이 동시에 생겨났다.
요즘 기준으로 71세면 너무 이른 나이고 새삼 아쉽다. 이 사람의 10년 뒤, 그 뒤의 음악 세계도 궁금한데 이제는 알 길이 없다.
블루스는 19세기 후반, 강제적으로 미국에 끌려갔던 후인 노예들이 만들어낸 음악 장르인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출신지인 아프리카 국가에는 정작 블루스 같은 음악이 없습니다. 이미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죠. 그래서 저는 향수의 감각이야말로, 예술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p.207
애초에 제가 현역 예술대 학생이었으면 “학교에 사카모토 류이치가 온다”는 말을 들어도 절대 그 수업에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은 그런 녀석들에게 볼 만한 점이 있게 마련이죠.
p.221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도 워낙 팬이 많다보니 내용 중에 우리나라 예술가들과의 교류에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나오는데 그중에 새소년의 황소윤 님과의 만남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좀 놀랍고 한편으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에세이에 이름이 남았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사람에 대해 두 권의 책 모두에서 일관되게 느낀 건 자신의 높은 이름값에 비해 재는 것 없고 음악에 관한 일이라면 자신이 가능한 선에서 까다롭게 고르지 않고 맡아서 해내는 사람이었다는 점.(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황제> 음악 제작 기간이 2주는 너무했더라)
그래서 한 시대에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떠나기 직전의 마지막 보름달은, 날이 맑아서 밝고 휘영청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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