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번 변월룡전에서 타슈겐트의 화가 니콜라이 박의 초상화를 보고 그 시절에 이름마저 생소한 그곳에서 화가로 살아간 사람이 궁금해서 검색했는데 우연히 걸린 책.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다.

—러시아인 푸시킨/ 푸시킨과 차르스코예 셀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신산한 일생과 말년의 안식/ 도스토옙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라야 루사
—열병을 지나 다다른 곳/ 도스토옙스키와 바덴바덴
—깨어 있는 불안한 양심이 갈망한 것은/ 톨스토이와 하모브니키
—망자들의 숲/ 노보데비치 수도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
—리얼리즘의 대가를 넘어 자조(自助)의 사상가로/ 레핀과 페나티
—소비에트와 불화하다/ 안나 아흐마토바와 폰탄카 집
—잃어지지 않는 고향/ 샤갈과 파리, 남프랑스 그리고 비텝스크
한 고려인 화가/ 니콜라이 박과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숲 속 사람들/ 리투아니아 아욱슈타이티야에서
—폴란드의 얼굴/ 쇼팽과 바르샤바
—견고한 사람들이 꾸는 꿈/ 베를린의 어제와 오늘
—문예 도시의 면모/ 괴테, 실러와 바이마르
—절정의 순간/ 고흐와 남프랑스
—물길에 비친 젊음/ 토마스 만, 혹은 루치노 비스콘티와 베네치아
—그리스 삶의 진열장/ 아테네 플라카에서
—어떤 자유/ 카잔차키스의 조르바, 그리고 그리스

목차

목차의 달랑 저 한 줄 때문에 돌발적으로 빌린 셈인데 내용은 제목에 나온대로 러시아 위쪽부터 유럽을 통해 따라가는 여행기였다.

타슈겐트의 화가 니콜라이 박(박성룡)

궁금했던 니콜라이 박에 대해서는 이 책의 작가가 실제로 그 식구들과 연이 있어서 화가 본인도 만난 적이 있다는 경험과 화가의 생에 대한 간략한 요약 등등, 원하는 만큼은 아니라 아쉽지만 그래도 국내 사이트 검색으로는 잘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유명한 사람 중에 **라는 사람 알아?’ 하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아, 나 그 집 아들도 직접 알아’라고 훅 들어온 느낌;;

변월룡이 대학을 다니느라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을 운좋게 피한 경우라면 니콜라이 박은 강제 이주 정책에 휩쓸려 고아처럼 러시아 이곳저곳 떠돌아다녔다고. 그 와중에도 대학을 전전하며 끈질기게 미술을 공부하고 결국 자리를 잡은 걸 보면 그 생명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나머지 내용으로 보자면 평소에 자주 접할 일 없는 러시아 쪽 작가, 화가들 관련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1581). 일리야 레핀 Илья Репин

언제나 이 그림만 생각나는 화가 일리야 레핀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등등 작품은 유명하긴 하지만 본인에 대해서는 잘 접할 일 없는 예술가들, 혹은 안나 아흐마토바처럼 새로 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신선했는데 책 후반부에 고흐에서 괴테로 넘어가니 다른 책에서도 본 이야기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책이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한 권.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