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별 생각 없이 비는 날이라 약속을 잡았는데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이라고 덕수궁 입장료, 전시회 입장료 모두 무료였다.

타임라인에 간간히 후기가 올라와서 궁금했는데 마침 난다님이 가보자길래 정말 오랜만에 한양 나들이.(사대문 안이니까)

강 건너 온 거 정말 오랜만이다.

전시회 제목이 너무 근사했다.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반짝이는 깃털의 공작, 봉황 자수들이 그야말로 빛을 한껏 뿜어냈었다.

나혜석의 그림이 한 점 있길래. <화녕전 작약>
그러고보니 나혜석의 원화는 처음 본 것 같다.

공간을 채우는 방법도 각양각색.

바늘과 실로 붓과 물감을 쓰듯 그림을 그려내는 게 마냥 신기했는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 <해금강>

어느 정도 시대를 지나면 자수도 구상화의 단계에 접어든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한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분명히 이 가계부 우리집에도 있었던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한 장 찍어놨다.

자수가 계속 변화하다보면 여기까지…🙄

흔히 복을 비는 잉어 같은 물고기가 아니라 익살스러운 물고기들이 가득이길래 한 컷.

남북한 서로 다른 무궁화 색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사이즈도 어마어마했다. 한때 청와대를 장식했었다고.

전시된 작품 수도 꽤 되고 작품들도 화려해서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다음으로 6월 중에 뭉크전으로 보러 갈 예정인데 그 전에 산뜻하게 감상하기 좋았던 전시회.

기온은 좀 높았어도 습도가 낮아서 다니기 정말 좋았다.

어느 학교인지 모르겠지만 졸업사진 촬영이 한창.
배경이 예뻐서 사진도 예쁘게 나올 것 같다.

자수는 회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수는 각 시대의 새로운 양식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자수는 예술이고 또 그렇게 취급되어야 한다. 비록 기술도 부족하고, 취향도 색에 대한 감각도 없고, 단 한 조각의 영감조차 찾을 수 없더라도, 수천만의 향기로운 여성의 손이 훌륭한 재료를 멍청할 정도로 잘못 다루면서도 그 결과물을 자수라 부를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영혼이 작품 안에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경제적, 도덕적 권리를 주장할 각오를 하고 있으며, 자신의 발이 현실에 단단히 딛고 있음을 믿는 여성장인, 근대 여성들이여, 적어도 당신들만이라도 당신의 자수 작품이 시대의 기록임을 알아야 한다.

한나 회흐 <자수와 레이스>,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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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널부렁

    저게 자수라니요

    1. Ritsko

      굉장하죠. 🙂

  2. 장미의신부

    저 가계부는 한집에 한권씩은 있었을거 같은 느낌이…(쿨럭)

    1. Ritsko

      역시 집집마다 있었던 게로군요. ㅋㅋ

  3. 한라

    해금강 작품 보고 감탄했어요! 정교하고 아름다워요

    1. Ritsko

      정말 어떻게 저렇게 그림 그리듯이 수를 놓을 수 있는 거지? 몇 번이나 다시 봤어요;; 나중에는 이게 그림인지 자수인지 구분도 잘 안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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