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내 식탁 위의 책들8점
정은지 지음/앨리스

우연히 웹서핑하다가 간략한 소개글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제목만 메모해뒀었는데 어쩌다보니 동네에 생긴 도서관에서 빌린 첫 책이 되었다. 

요즘에야 레스토랑도 아이디어 전쟁이라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 남부지방에 뿌리내린 프랑스인들의 소울푸드’라는 컨셉의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한식 이외에는 그렇게 접할 일이 없었고 외국 소설이나 동화를 읽다가 음식 이름들이 튀어나오면 (대개 그 묘사는 또 기가 막히게 맛있어 보이기까지) 막연하게 그 요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이 책은 그런 음식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그 음식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거리로 가득한데다 작가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발랄하고 조리있어서 마치 이야기 잘하는 친구의 수다를 멍하는 듣는 마냥 단숨에 즐겁게 끝까지 읽어내렸다.

어린 시절 빨간머리 앤의 ‘진통제 넣은 케이크’라든지 호첸플로프에 나왔던 갖가지 요리들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할 듯. 

책을 잡은 타이밍은 참으로 안 좋아서 마침 집에 밥이 떨어져서 굴러다니던 스파게티 면 삶아 레토르트 소스 부어 대충 떼운 후 읽기에는 좀 가혹한 책이긴 했다. ㅠ.ㅠ 가능하면 가장 맛있는 걸 배불리 먹고 집에 돌아온 날 책을 잡는 것을 추천.

ps.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비유를 빌자면 

로리가 어째서 에이미와 결혼했느냐와 함께 ‘작은 아씨들’ 애호가들을 괴롭히는 양대 의혹

이었던 ‘소금절이 라임(라임피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게 가장 큰 소득이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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