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내가 지금까지 본 사극 중 가장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을 작품.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8일간과 과거의 이야기들이 번갈아 교차하는 방식도 좋았고 송강호의 어딘가 전통적인 느낌의 왕과는 좀 다른 ‘영조’의 연기도 독특했고 서서히 미쳐가는 유아인의 사도세자는 기대했던 만큼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적절한 순간에 깔리는 전통 악기와 음악들도 발군. 모든 등장인물의 연기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것도 대단하다.

등장인물간의 관계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쓴 편이었고 사극이면서도 중간중간 맛깔나게 들어간 구어식 대화들이 오히려 작품에 개성을 부여하고 집요하게 아들을 갈구는 아버지와 그 밑에서 지쳐가는 아들의 구도는 한 아이의 부모이지만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한 입장에서 덩달아 숨도 못쉬게 짓눌리는 기분이었다..;(그렇게 갈구면 멀쩡한 정신도 맛이 갈 듯)

나는 내내 정말 몰입해서 보긴 했지만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건만 같이 동행한 엄마들 중 아들이 있는 엄마들(그 중 한 엄마는 정말 혜경궁 홍씨보다 많이 울었다. -_-)은 엄청나게 눈이 벌개져서 나온 걸로 봐서 아들 있는 집은 또 몰입감이 더 강한 듯도?

엔딩에 대한 평이 갈리나본데 나는 그 마지막의 소지섭의 정조 연기가 너무 좋았더랬다. 부채와 함께 흔들리는 손끝도, 혜경궁 홍씨와 정조가 주고받는 눈빛도 진정한 이야기의 ‘마무리’라는 느낌.

ps. 영화 다 보고 나와서 쌍둥이 언니가 극중에서 영조가 ‘저놈의 자식 얼굴 검은 거 보라, 얼마나 나가 놀았으면 저러냐’고 하는 대사에 혼자 찔렸다고 해서 다들 한참 웃었다…;(쌍둥이들이 방학 내내 신나게 놀러다녀서 요즘 아주 광나게 까맣게 탔음) 괜찮아요, 우린 왕이 아니쟝…

ps2. 요즘 우리나라 노인 분장 기술이 정말 대단하더라;;

sado
신문 기사에 실린 이 스틸샷을 보고 이 영화는 보러가야겠다 생각했었다. 극중 문근영 연기는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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