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언니가 오전 8시~10시 사이에 일을 나간다고 해서 10시 반에 가와사키 역에서 만나 집으로 이동하기로.
언니 집은 정말 한국 들어오고 난 이후로 갈 일이 없었으니 한 10년만인 것 같다.

우리가 살 때는 언니네가 실제 거주하는 집은 따로 있고 여기는 가게로만 쓰면서 2층에 있는 가정집은 가게에 있는 동안 들락날락하는 정도였는데 우리 귀국하고 좀 지나서 완전히 이 집으로 옮겼다고 들었던 듯하다. 겉보기에는 대단히 빈티지(…)하지만 속은 의외로 널찍하고 나쁘지 않은 편. 😯

일단 옆사람도 린양도 모두 같이 이동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마침 이 집 큰아들이 딸을 데리고 와 있어서 궁금했던 언니 손녀도 만나고 일본에 지낼 때 친하게 지냈던 언니 큰아들도 반가웠다.
생각난 김에 페이스타임으로 친정과 통화하면서 서로 얼굴보며 안부도 묻고 한차례 왁자지껄. 걱정했던 형부는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생각보다 그리 나빠 보이지 않으셔서 좀 안심했다. 나중에 언니 말 들으니 병원에서도 처음에 그렇게 길게 남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고.

애들 잠깐 노는 걸 보다가 더 늦어지면 옆사람과 린양 스케줄이 영 애매해질 것 같아 두 사람은 도쿄로 출발. 큰 아들도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형부는 쉬러 들어가시고 나는 언니와 근처 수퍼에서 점심으로 먹을만한 걸 사서 들어와 그때부터 하염없이 뭔가 집어먹으며 노닥노닥.
자존심에 혹은 결국 내 얼굴에 침뱉는 격이라 어지간히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말하기 힘든, 그래서 가족 아니면 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주며 한 4시간 가까이 쉼없이 재잘거리고 마침 얼마 전에 사촌 동생이 결혼해서 언니에게 그 이야기도 하고 그날 정말 오랜만에 만났던 친척들 이야기에 끝이 없었다.

방에서 주무시던 형부가 일어나시고 계속 앉아있자니 형부가 좀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 마침 옆사람과 린양이 숙소로 돌아왔다길래 언니와 그 사이에 돌아온 언니 둘째 아들과(이쪽은 린양이 다섯살쯤에 한국에 와서 같이 놀았던 적이 있어서 린양도 기억을 하더란. 아이랑 잘 놀아주는 엄청 발랄한 청년. 우리가 얘 고등학교 졸업 연극제를 보러 가고 했었는데 어느새 직장인이라니) 다시 역으로 함께 향했다.
둘째 아들과는 다음에는 한국에 꼭 놀러오라고 인사 나누고 헤어지고 언니와는 잠깐 차 한잔 더 했는데 언니가 집에 혼자 둔 형부가 불안해서 편하게 못 계시는 것 같아 긴 시간 안 잡고 작별.
다음날 어차피 비행기 시간도 늦어서 한번 더 들를까 물어보긴 했는데 내가 집에 있으니 형부가 편하지 않으신 듯해서 아무래도 환자 생각하니 선뜻 강력하게 약속을 잡기가 어렵더란.
직접 가서 보니 언니가 오전에 일 다녀오고 나면 형부를 혼자 두기가 불안한지 내내 집에 있는 모양이라 너무 집에 묶여 있어야 해서 친정이라도 좀 가깝고 잠깐이라도 집을 지켜줄 사람이 있으면 훨씬 숨통이 트일텐데 싶어 심란하고 안타까웠다. 🙁

헤어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형부 훨씬 좋아보였고 요즘은 병원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길게 살더라고, 괜찮을거야’ 라고 꽈악 안았지만 언니 마음은 얼마나 불안할 것이고 그 말이 과연 얼마나 위안이 될까. 언니가 낮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대충 알았으니 당분간은 국제전화비 좀 들 것 각오하고 간간히 전화라도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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