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외동을 키우는 전업주부’라는 포지션 상 2학년까지는 학부모 봉사회(라고 쓰고 학교 앞 교통정리 담당이라고 읽는)는 꼬박꼬박 신청했었는데 작년부터는 학급 회장, 부회장도 뽑고 하길래 그 엄마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싶어 그냥 넘어가고 고학년이 되면 엄마들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길래 올해는 자진납세(?)의 심정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어제가 우리 반 순서라 오랜만에 학교 앞 교통정리하러.

보통은 교통정리 마치고 같은 반이지만 안면은 거의 없는 엄마들이랑 차 한잔 하면서 반 이야기나 다른 아이들 이야기 듣는 게 별일이 아닌데 어제는 평소랑 다르게 등교시간에 제일 붐비는 곳에 자리배정을 받았더니 애들 등교길인데 미친듯이 밟으며 지나가는 차, 자기 자식 몇 걸음 덜 걸리겠다고 세우지 말라는 곳에 기어이 차를 대고 ‘오늘만 봐달라(그 사람은 아마 매일이 오늘만일 거다)’고 하거나, 자기 자식이 그랬으면 등짝을 후려쳤을 거면서 신호등 파란불이 껌벅거리는데 굳이 엄마들 깃발봉을 헤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도중에 빨간불로 바뀌니 멋쩍은 듯 웃으며 뛰어가는 엄마 등등, 한숨 나오는 일을 내내 보다보니 서 있는 건 별로 힘들지 않은데 심적으로 지쳤다.
그 와중에 제일 바쁜 자리에 배치 받은 엄마는 연락 하나 없이 째버리더니 다 끝나고 좀 지나서야 ‘아유~ 제가 사무실에 급한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어 연락도 못하고 봉사도 못 나갔다’며 단톡방에 덜렁 메시지를 올려놓고…(회사에서 일할 때는 설마 그렇게 안 하시겠지요) 그 외에도 몇몇 상황 때문에 좀 우울하게 하루를 보냈더랬다.

보통 자고 일어나면 거의 잊건만 평소와 다르게 어제의 우울한 기분이 남은 채로 아침에 눈을 떴는데, 구청에서 지원해줘서 내일 현충원에 답사가는 린양 주민번호를 선생님이 잘못 전달하셨는지 그 관련으로 담당자가 남긴 문자를 보다가 담당자 이름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울고 싶은데 누가 뒤통수 갈겨주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우울한 하루일 것 같다.

by

/

2 responses

  1. 마지막에 아주 홈런을… ㅠㅠ

    1. Ritz

      3점 홈런 한방 맞은 기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