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해 린양을 맡으신 새 담임 선생님은 첫날 아이들 알림장에 선생님 본인에 대한 마인드 맵을 그리게 해서 엄마들에게 소개글을 보낸다든지 참관수업일에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싶다, 많은 놀이와 창작 관련 수업으로 다소 다른 반보다 진도가 늦다고 느껴지실 수 있지만 정해진 분량은 모두 제때에 끝낼 수 있으니 기다리고 믿어달라’고 브리핑하시는 의욕 넘치는 경력 5년차, 29살의 젊은 여선생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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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찾음(무려 별표)에서 엄마들은 심각하게 ‘소개팅을 원하시는 건가!’ 고민하게 되는….

본인 소개나 아주 미세하게 한국어가 매끄럽지 않은 걸로 짐작하건대 꽤 긴 시간 해외에 거주한 적이 있었던 듯하고 여행도 좋아하고(메신저 프로필이 온통 네팔, 인도 등등 휴양지가 아닌 여행 사진들) 무엇보다 근래 본 중 드물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정말로 하고싶어서 즐겁게 하는 느낌이라 호감이 많이 갔다.

그 중에서도 올해 같은 반 엄마들을 제일 놀라게 한 게 아이들 일기장의 코멘트 글이었는데, 작년 선생님도 초임이라 참 열심히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편이었건만 올해는 그걸 뛰어넘어 정말 아이들 일기글 구석구석을 읽고 작은 것에도 칭찬해주려는 의도가 선명해서(일기 길게 안 쓰는 애들은 선생님 코멘트가 더 길 기세라고…) 일기장에 선생님이 적어준 글을 구경하는 것도 작은 재미였는데 오늘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린양이 먼저 펼쳐 보여준 페이지를 보고 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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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적어주신 걸 보니 우리 식구가 장점이라고 적어보낸 게 참 정형화된 재미없는 항목들이었구나 싶기도…;

도덕 시간에 ‘자신의 장점’에 대한 수업을 했는지 저 날 일기 주제는 ‘자신의 장점 15가지’를 쓰는 거였는데 린양이 특별히 힘들게 하는 아이는 아니지만 막상 딱 집어 장점이라고 정리하려니 참 쓸 거리가 없어 나중에는 세 식구가 각자 다섯개씩 추려보자, 해서 모아 정리했더니 그 아래에 선생님이 아직 한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직접 관찰한 린양의 장점을 저렇게 한가득 적어주셔서 애도 기분이 엄청 들뜨고 나도 학교에서 별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구나 안심이 되어 감사했다.

3학년 올라가니 거친 성향인 남자아이의 엄마들이나 공부 쪽에 비중을 두는 엄마들은 좀더 아이들을 타이트하게 휘어잡는 선생님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느낌의 선생님은 엄마들 사이에서 평판이 좀 갈리기 마련인데 나로서는 힘드시겠지만 마지막까지 본인이 가진 방법으로 아이들을 장악하고 끌고가서 원하는 방향의 반을 완성하시길 그저 응원하며 바랄 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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