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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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의미 같은 건 하나도 없어도 괜찮아.
누구나 너를 너라고 인정해줄 수 있는 이름이라면.

누군가에게 받아서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는 건 사유리라는 내 이름뿐이에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는 선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 두껍지 않은 한권에 1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보니 편당 분량이 꽤 짧은데 욕심내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나가서 이야기가 모두 고르게 잘 만들어졌다는 인상입니다.  읽다보면 순간 찡했다가 그 상황에 공감했다가 하게 되네요.
전 초반의 2-3편과 후반의 2-3편의 에피소드가 좋았고 중간은 어딘가 오사카 미에코가 그린 것 같은 레이디스 코믹 느낌?

이 책은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받는 ‘선물’인 ‘이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다른 여러가지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다시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우리가 평생동안 받은 중 가장 불변하고 마지막까지 지닐수 있는 선물로서의 ‘이름’에 대한 의미로 여운을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법한 첫번째 에피소드인 ‘이름’
이름이 너무 평범해서 자신의 인생도 지극히 평범하고, 이름이 좀더 특별했다면 뭔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미련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하루코(그러고보니 한국어로 하면 무려 춘자네…-_-)는 자신이 아이를 갖고 아이에 대한 이름을 고민하게 되면서 엄마가 자신에게는 그냥 ‘봄에 낳아서 하루코(春子)라고 지었어’라고 했지만 실은 그 나름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고 평범한 이름 때문에 인생이 평범할 리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전 제 이름이 딱히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 데다가(의외로 남자 이름도 많더란)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살면서도 별 불편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딸을 낳는다면 나처럼 약간은 중성적인 이름을 지어줘야지 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린양 이름을 지을 때 받은 이름 중에 ‘이 아이는 왠지 이 이름일 거 같아’라는 삘이 오는게 지금의 이름이었어요.
지극히 여성스러운 이름인데 그럼에도 린양을 보면 그 이름같은 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럭저럭 잘 지어졌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중에 린양이 주인공과 같이 ‘왜 내 이름을 이걸로 지었어’라고 물으면 ‘그 이름이 네 이름일 거 같은 느낌이 왔었어’ 라고 대답해줄 것 같아요.

프레젠트8점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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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Eiri

    몇 년 전 좋아하는 배우가 이 작품 영화화에 주연으로 나온대서 읽어봤었는데, 서둘러 읽었는데다 기대보단 그만그만한 작품이었는데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는 얼핏 기억이 떠오르네. 다시 한번 읽고 졌으니 장바구니에 집어넣어야.. ㅎㅎ

    1. Ritz

      안그래도 띠지에도 영화화 됐다고 써있던데 옴니버스 식이었으려나요. 소설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는데 그렇다고 또 영화로 만들 만큼의 재미는 아닌 거 같아서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네요. ^^;;

  2. 예전 회사 근처에 희성 전자 라는 회사가 있었지요.(…)

    뭐, 제 이름은 바르고 으뜸되라고 지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만…

    아버지: 박정희에서 [정]을 따왔다. 니 귀가 박정희를 닮았어.

    …라는 충격 고백에 한동안 아스트랄계로 떠날 뻔 한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