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디선가 읽은 이 작품 후기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으로 얄미울 정도로 다시금 기가막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평이 있었는데, 책을 덮으면서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공감이 가네요.

작품은 나온지 좀 됐고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아 2010년에 드라마화, 2011년에는 붉은 손가락 드라마화, 그 다음 시리즈인 기린의 날개도 2012년에 영화화되었다는데 그런 것치고 소설은 국내 발매가 꽤 늦었네요.(국내에서는 갈릴레오 시리즈보다는 인지도가 낮아서이려나…)
주인공 가가 형사 역은 아베 히로시라는데 작품 속 캐릭터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먼저 읽어서 드라마가 아주 궁금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어떤 분위기이려나 싶긴 하네요. : ) 

이 시리즈의 가가 형사는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교수 같은 뚜렷한 색깔은 없다고 생각했건만 이 작품에서는 가가형사의 캐릭터가 가장 진하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네요. 아마 이 작품을 먼저 읽으면 오히려 다른 작품을 읽을 때 더 도움이 될듯 싶을 정도.  

살해된 40대 여성을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큰 줄거리 아래에 9개로 나뉘어진 에피소드들은 제각각 단편같은 느낌으로, 어딘가 훈훈하게 마음에 와닿고 때로는 읽으면서 가끔은 무심코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다음, 마지막에는 모든 이야기를 모아 범인을 밝힙니다.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깔끔한 느낌이었고 잘 짜여진 작품이었어요.

440여쪽의 제법 두꺼운 두께라 평소 같으면 성격이 급해서 중간쯤 가면 일단 마지막에 범인이 누군지부터 확인하고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왔을텐데 이 작품만큼은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따라가면서 이 이야기 끝에 있는 범인의 이야기를 알고 싶더군요. 이 시리즈에서 가가 형사가 늘 말하듯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 과정도 중요하니까요.  늦은 시간에 책을 잡아서 읽다가 내일 마저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놓지 못하고 단숨에 끝내버렸군요..; 

전 말이죠,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 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해서 알아낸 진상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을 겁니다.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잠자는 숲 
악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신참자

가가 형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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