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과 함께 드디어 중학교 배정이 발표됐다.
지금 주소에서 갈 학교는 어차피 정해져 있어서 관련 서류들 집에 가져오면 보고 하나씩 처리해야겠다, 생각하며 오랜만에 느지막이 점심으로 짜파게티 하나 끓여먹고(방학 때는 보통 12시 즈음에 점심은 챙겨 먹이는 편) 커피 한잔 내려 느긋하게 자리에 앉았는데, 점심만 먹고 일찍 끝난 린양이 전화가 와서 담임 선생님이 원서 받은 걸 학교 끝나면 바로 가서 내라고 하셨다며 같이 배정받은 친한 친구들이랑 가서 원서를 내고 오겠단다.
오…
이 정도 키워놓으니 이런 것도 혼자서 하네.
라는 심정으로 그러라고 했는데 좀 지나니
라고 문자가 날아왔다.
……..?
원서만 넣는 게 아니었나?
어쨌거나 체육복은 저 사이즈 정도면 되겠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교복을 사야 한다’고. 친구들이랑 그것마저 알아서 살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교복은 사이즈 때문에 애한테 그렇게 다 맡길 수도 없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부랴부랴 눈썹만 그리고 대충 옷 꿰입고 집을 나섰다.
도착해서 보니 정말로 교실에 사이즈 체크할 수 있는 교복 샘플들과 바로 살 수 있는 교복들이 쌓여있고 어리버리하게 사이즈를 고르고 있는 아이들과 뒤늦게 나처럼 도착하는 엄마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는데… 그 와중에 그 시간에 회사에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전화를 받고 황망한지 여기저기 통화 중이고. -_- (결국 혜린이랑 같이 간 친구들은 엄마와 통화 후 일단 귀가)
물량이 다 넉넉하게 들어와 있던 것도 아니라 집업 점퍼와 맨투맨 티만 사고 치마는 사이즈가 품절돼서 예약 걸고 영수증 받아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 통신문을 살펴보니 당장 오늘 못 간다고 교복을 못 사는 것도 아니었고 오늘부터 내일모레까지 사이에 가서 샘플 입어보고 상품이 없으면 예약해두고 돌아왔으면 될 일이었다.
작년까지는 교복 구매가 이런 식이 아니었다고 하니 올해 뭔가 사정이 있어서 바뀐 모양인데 나처럼 처음으로 아이를 중학교 보내는 엄마들이라면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오늘 못 가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 수밖에. -_- (거기서 만난 나처럼 정신없이 뛰쳐나온 동네 엄마들도 이구동성 ‘혼이 나간 것 같다’고…)
집에 돌아오니 테이블 위에 커피만 싸늘히 식어 있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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