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7587.html

자폐의 역사를 읽으면서 가장 울컥했던 게 저 냉장고 엄마 이야기였다. 
나는 애가 과일에 알러지만 올라와도 뱃속에 있을 때 그 복숭아를 먹지 말았어야 했나, 마음이 덜컥 내려 앉는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낙인으로 얼마나 수많은 엄마들이 순간순간을 돌이키며 후회하고 마음을 부여 잡았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왜 아버지 쪽에 원인이나 책임은 없을까. 애초에 아이라는 ‘두 사람’이 만든 결실에 대해 왜 한쪽에 책임을 묻거나 원인의 ‘출처’를 찾는단 말인가.

옆사람과 종종 아이란 타고난 기질이 70, 육아가 30이 아닐까 라는 말을 한다.(가끔은 80에 20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부모의 영향이 더 컸다면 한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균일해야 할 텐데 집집마다 봐도, 나의 형제들과 나를 봐도 피가 이어져있다는 점 외에는 완전히 별개의 사람들이다.
기질이 70이니 육아는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좋은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길은 내가 할 수 있는 30 안에서 아등바등 해야하는 노력이고 그래서 내가 정말 할 만큼 했다면 어느 정도 내려놓음도 필요했다. 

육아는 자칫하면 ‘그때 이걸 해줬으면 좀더 나았을까’와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의 무한루프에 빠지기 쉬워서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으면 그 진심이 아이에게 닿았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져야 했다. 

아이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 그와 함께 우리는 우주가 생긴 이래 딱 한번밖에 없는 순간순간을 함께한다. 끊임없이 실수하면서도 사랑이라는 음악을 즉흥 연주한다.

오늘 하루도 힘껏 사랑하고 순간에 충실할 수 있길. 
왈츠를 추는 듯이 시간을 보내야지.

+그러고보니 아버지 쪽 책임을 말하는 경우 딱 한번 봤다. 영조와 사도세자…( ”)

by

/

2 responses

  1. yuna kim

    거긴 너무나도 압도적…. 이긴 한데 조선시대의 아빠들은 대체로 좋은 아빠들이 아니었습니다…..

    1. Ritz

      그러게요. 좋은 아버지 이야기도 별로 기억나는 게 없네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