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신스를 사려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구근으로 수경재배 하면 ‘그냥 꽂아만 두면 핀다’길래 안 해본 짓이나 해볼까, 하고 주문했다.
선인장도 죽이는 식물계의 사신이라(그래도 이 집 이사올 때 선물받은 스투키나 몇년 전에 샀던 치자나무, 최근에 산 엘우디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서 요즘 성적은 좋은 편?) 과연 제대로 필까 싶었는데.
구근에 물이 닿으면 썩기 쉽다고 안 닿게 두라는 말에 일부러 물높이에 신경썼는데 너무 소심하게 담궜는지 일주일이 지나도 자라는 속도가 영 부실하고 꽃이 보일 기미가 없길래 구근을 건져내 봤더니 뿌리가 흐늘하니 수상하다?
버려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구근에서 굵은 뿌리가 몇 가닥 나오고 있길래 일단 물러진 뿌리는 제거하고 물 높이를 좀더 올려서 하루 더 뒀는데 오, 하루밤 새에 갑자기 꽃대가 쑥 올라왔다. 역시 물이 너무 적었나보다.;
살아 있는 구근을 버릴 뻔했다.
그나저나, 어느새 3월 시작.
2월이 훌쩍 흘러버린 게 무상하고 이렇게 세 식구가 집에 모여 지낸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건 더 믿을 수 없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3개월 뒤, 혹은 반년 뒤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했는데 지금은 내년 이맘때에 마스크를 쓰고라도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도로 기대가 쪼그라들어 서글프다.
찾아보니 작년 3월 말쯤에 동숲을 시작하면서 이 게임은 3~4개월이면 접으니까, 라고 했었는데 장장 1년째 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섬에 아직 잭슨은 등장하지 않았다!
린양은 머리가 곱슬이라 해마다 개학 전 즈음에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싶어하길래 올해도 개학 전에 펌 할 거냐고 물었더니 귀찮은지(개학한들 학교 며칠이나 갈 거라고, 싶은가보다) 별 필요 없을 것 같단다.
농담조로
“사춘기는 원래 외모에 관심이 커지고 막 그런 거 아냐?”
라고 했더니 덤덤한 말투로
“사춘기를 그렇게 획일화하지 마”
라고 해서 쳇…
나도 갱년기에 그 말 꼭 되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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