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원래 러셀 크로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주변에서 ‘아카데미표 영화‘라는 이야기를 해서 썩 끌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보게 되었습니다만…

정말, 영화 자체는 ‘아카데미표‘였습니다. 왠지 아카데미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딱딱 구미에 맞춘 듯한 작품인데, 어쨌거나 의외로 정말 괜찮았습니다. 이런 ‘감동을 유도하는‘ 류의 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반전‘이라는 것도 있었고(정말 무슨 ‘디 아더즈‘ 보는 줄 알았음..;), 러브 테마도 무난하게 이끌어 나간 데다가 엔딩도 깔끔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이라면 영화 내내 교차하는 주인공의 정신병으로 인한 현실과 환상의 불분명한 경계선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도 주인공과 함께 저것이 현실인가 환상인가를 의심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실은 러셀 크로우를 싫어하는 이유가 외모가 어쩐지 둔하게 생겨서(그 사람이 나오는 영화는 본 게 없음)인데, 연기하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왜 사람들이 그 사람의 연기를 인정하는지는 알겠더군요.
무엇보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 것이 러셀 크로우의 아내 알리샤 역을 맡은 제니퍼 코넬리. 이상하게 이 제니퍼 코넬리가 연기한 옛날 작품을 많이 본 편인데, 정말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너무나 신비롭게 나왔던 ‘페노미나‘라든지, 데이빗 보위와 찍은 정말 썰렁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라비린스‘ 같은 작품에서 보았던 예전의 이미지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어쩐지 멕시코 계열 같은 인상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의 존 내쉬라는 사람은 이 영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이 영화 자체는 완전히 픽션에 가깝다고 합니다. 실제의 존 내쉬는 동성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양성애자에다, 이 알리샤라는 부인 역시 두번째 부인인데다가 정략적인 결혼이었다지요. 그런 저런 사연들을 알고 보니 영화의 시나리오 면에서의 완성도는 정말 독창적이고 멋진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아카데미는 뷰티풀 마인드 쪽에 손을 들어줄 듯 하더군요. 뭐,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입장에서 그다지 이의는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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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responses

  1. 파자마

    저는 우산 그려주는 장면이 너무 멋있던데요…^^ 문어랑.. [04/15]

  2. 까망별

    이 영화…보고 싶은데. 같이 보자고 할 사람이 없군요. –; 인간관계가 이렇게 편협(?)했었나 싶습니다. 내일이나 모레…보려고 시도를!!! [03/19]

  3. nabi

    퀵앤데드에서는 그나마 스마트한 모습을 보였었죵…..쿨럭…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