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2차 맞고 끝났다고 좋아했더니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결국은 3차 접종. 😱

어차피 외출도 거의 없는 편이라 원래는 2월 중순이나 말쯤 천천히 맞을 예정이었는데 확진자 수가 너무 빨리 늘고 있어서 그냥 당겨 잡았다.
그러고보니 처음에는 병원도 일부러 좀 큰 곳으로 고심해서 골랐었는데 세 번째쯤 되니 귀차니즘이 먼저라 그냥 상담 끝나고, 아니면 상담 전에 맞고 한번에 끝낼 수 있는 동선을 감안해 상담받는 곳과 같은 건물에 있는 소아과로 정했다.

2차까지 별 증상 없이(2차 맞고 나서는 팔이 좀더 아프긴 했는데) 지나가서 3차는 덤덤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보려고 하니 보이는건지, 세상이 나를 퓌곤하게 하는 건지 백신 맞을 때가 다가오니 3차 접종 후 부작용 기사는 왜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지.
백신 맞기 이틀 전쯤 되니 확진자 수 폭발과의 조화로 역시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다.

다행히 상담이 백신 맞기 전에 잡혔고 상담 끝나고 백신 맞으러 가야해서 불안하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정말 걱정이 되면 혹시 가서 주사 허벅지에 맞겠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선생님 말로는 이러저러해서(설명은 복잡하니 생략) 백신이 근육 주사라서 근육이 많은 부위에 맞으면 좀더 낫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정 부작용이 걱정되면 따로 이야기해서 허벅지에 맞아보면 어떻겠냐는 거다.

  • 일단 이 나이에 허벅지에 주사를 맞는 각이 전혀 상상이 안 가고(엉덩이 주사도 싫은데 허벅지 주사면 대체 옷을 어디까지 내려야…)
  • 예약해놓은 소아과가 선생님이 원래도 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내가 ‘허벅지’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아마 내 뒤로 주사 맞을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며
  • 갑자기 린양 아기 때 예방접종하는데 하도 허벅지가 두꺼워서(….) 애가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것도 못 느꼈는지 울지도 않았던 것이 생각나서

한참을 빵 터졌다.
웃느라 심장이 벌렁거리던 것도 멈춰서 이번에는 미리 공황 약도 안 먹고 접종을 무사히 마치긴 했는데 집에 와서도 이 생각만 하면 한번씩 웃음이 나네.

선생님과 그 자리에서 웹서핑하면서 대략 알아봤던 거라 나중에 집에 와서 좀 자세히 검색해보니 실제로 유방암을 앓거나 한 사람은 림프절의 부종이 심해질 수 있어서 허벅지에 맞는 경우가 있긴 한데 미국에서는 이 경우에 주사 바늘 길이는 1.5배 정도 긴 걸 권하며 엉덩이에는 맞을 수 없다고. 백신 맞고 나면 2~3일은 뻐근한데 허벅지에 맞으면 그건 그거대로 앉거나 일어날 때 불편할 것 같고 만약 엉덩이에 맞을 수 있다 치더라고 맞고 나면 앉지도 눕지도 못할 것 같아 미묘하다.

“엉덩이는 안되나요?” 코로나 백신 어깨에 맞는 이유

아무튼.

백신 접종 사흘째인데 열도 없고 지난번보다 팔은 덜 아픈데 이번에는 림프절이 부었는지 어제부터 겨드랑이 쪽이 살짝 불편하다. 심한 건 아니고 그야말로 움직이다보면 약간 어? 하는 정도라 검색했더니 심하지 않으면 물 많이 마시고 며칠 기다리면 가라앉는다고 하니 시간이 약인 모양.

어지간하면 접종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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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허벅지에 주사를 맞으려면 대체 바지를 어디까지 내려야 하는가에서 넘 웃겨서…ㅋㅋㅋㅋㅋ
    저는 접종 세번 다 팔이랑 겨드랑이 근처에 며칠 통증이 있었던 것 말고는 괜찮았어요. 공황 때문에 매사 더 조심스러우시겠어요. 올해도 역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으니 건강 조심하세요!

    1. Ritz

      애들은 허벅지에 예방접종 어떻게 했었지? 생각해보니 그때는 보통 바디슈트 입고 있잖아요. ㅋㅋㅋ 다 큰 어른이 난데없이 진찰실에서 허벅지에 주사 맞는 걸 생각하니 도저히 각이 안 나오더라고요. 되게 작은 동네 소아과인데 차마 거기에서 바지를 내릴 엄두는 안 났어요. ㅋㅋㅋ

      정말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예요. 여기는 매일 확진자 수가 매번 눈을 의심하게 되네요. 그쪽은 분위기가 어떤가 모르겠어요. 가족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2. Tom

    허벅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일이 있군.
    나는 3차 접종을 터진 디스크 때문에 매일 진통제 처방 받아 먹던 때에 맞아서 그런지, 주사 바늘 자국 말고는 아무런 증상도 없이 지나갔었음. 회사 동료가 지난 주에 아이들 셋 포함 온가족이 확진이었는데, 3차 접종한 그 친구만 무사.

    1. Ritz

      허벅지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는 하네요. ㅋㅋ 차마 소아과 진료실에서 바지 내리기는 싫었어요.

      확진자 수가 너무 늘어서 3차 접종을 안 하고 버티자니 그것도 그거대로 스트레스더라고요. -_-;
      안 아프고 지나가면 제일 좋죠. 옆사람도 3차는 별 증상 없이 지나갔는데 저는 이번에는 겨드랑이랑 약간 심장 뛰는 거? 근데 심장 뛰는 건 공황이랑 헷갈리는 문제라 구분하기가 애매하네요. 저는 어째 맞을 때마다 증상이 달라서 4차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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