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난 네가 누구와, 무슨 이유로 싸우고 있는지도 몰라.”
코우는 직원을 봤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혹시 이 녀석이 <퍼펙트 월드>의?
직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가라, 소…. 아니, 널 에이허브 선장이라고 부르겠어.”
에이허브 선장…?”
“그래. 에이허브 선장. 널 비웃는 인간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길 바래. 그런 너의 행동에 감명을 받는 인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용기를 선사한다. 비웃고 싶은 녀석은 비웃으면 돼. 하지만 난 너와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긍지로 생각한다-.”
“당신은….”
직원은 눈물을 닦았다. 코우의 어깨를 붙잡으며 외친다.
“자-. 가라, 에이허브! 원수 모비 딕의 등에 작살을 꽂도록 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발차음이 울렸고, 기계는 후방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삐걱삐걱삐걱. 최고봉까지 올라간 다음 순간, 기계는 경사 75도-거의 수직-의 언덕을 단숨에 떨어져 내려갔다. 거의 무중력 상태, 몸이 의자에서 떠오르고 위가 턱 아래까지 치받혀 올라오는 상황에서 코우는 보았다. 플랫폼에서 직원이 이쪽을 향해 경례하고 있는 모습을.
비명은 소리가 되지 못했고-.
코우는 그대로 나선과 루프와 중력의 지옥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이 어떤 경험이었는지는 굳이 서술하지 않는다.

-그대로 하늘의 별이 된 코우에게 3초간 묵념.(그래도 이번 권에서 죽도록 ‘키스‘만 했으니 억울하진 않겠지)

3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뒷권에 대해 기대도 컸는데, 과연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작가는 역시 ‘추리‘를 포기하면 성공할 수 있을 듯. 3권이 표지대로 이하나의 권이었다면 4권은 역시 사쿠라가 주역이 되어야 하는데, 의외의 면모를 살짝씩 보여주긴 했지만 그다지 사쿠라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부제이기도 했던 지혜의 열매 ‘퍼펙트 월드‘의 경악스러운 정체와 함께 4권은 3권보다 한층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는데 캐릭터들 각각의 감정 교차가 볼만했고, 보고 있자면 이놈의 마이바루가는 어떻게 생겨먹은 집안인지 심히 의심스럽다는
유원지에 보드 게임의 성격을 도입한 와카오카 타워 월드는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까 싶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 선상에 있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뛰고 구르기에는 정말로 적절한 무대일 밖에.
4권의 마지막에서 코우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에 직면했고 과연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3권의 두 선생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으니 이후로의 전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 사리사욕때문에라도 후속권을 빨리 내고 싶은 심정이긴 한데… 지금 편집부에서 가장 바쁜 번역자인 누군가가 들으면 울지도. ^^;

-악마의 파트너 4권 퍼펙트 월드 휴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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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리츠코

    더헉. ^^; 자, 그러면 울지 마시고 빨랑 번역을 하시는 겁니다(두손 꼬옥 잡고).

  2. siva

    외로워도 슬퍼도 전 안 웁니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