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쪽의 포스터인 듯한데
국내 포스터보다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갱신을 하려고 보니 한동안 영화관 출입이 뜸했군요. 딱히 이거다 싶은 작품이 없어서 어영부영하다보니 극장에 걸리는 작품들은 뜨고 지고 하더군요. 다음 영화는 ‘춤추는 대수사선 2‘다! 라고 생각했는데 디노님의 도움으로 그 전에 같은 감독의 작품인 ‘사토라레‘를 보았습니다.
예전에 뉴타입에 비밥 극장판 기사가 한참 실릴 때 비밥 감독과 이 모토히로 카츠유키의 대담이 나온 적 있는데 내용을 보면,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영화 감독을 지망했지만 바닥부터 올라가자니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빠졌고, 모토히로 카츠유키는 오히려 와타나베 신이치로보다 더 매니악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더군요. 그래서 춤추는 대수사선도 이 사토라레도 속도감이 느낌이 만화같다는 인상을 주나 봅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토라레란 의지전파과잉증후군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념파(思念波)‘로 변환되어 반경 10m이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전달되는 이상현상입니다. 즉, 사토라레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사토라레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1,000만명 중 1명의 확률로 존재하는 그들은 예외 없이 IQ180 이상의 놀라운 천재로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에 정부에서는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것을 모르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사토미 켄이치는 일본 내에서 일곱 번째로 발견된 사토라레로 의학에 두각을 드러내는 천재입니다. 그러나 이 사토라레가 의사가 되면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기는지라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에서는 그가 의사가 되는 것을 막고 치료약 연구를 위한 연구소로 보내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요코를 파견하게 되는데…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인‘은 종종 봤지만,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모두 들키는 천재라는 설정은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주변의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일반 사람들‘의 고역도 상당하겠거니와 정작 이 사토라레들은 절대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극 중에도 나오지만 사토라레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인에게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드러나는 것은 각오해야 하다보니 누가 그 사람과 사랑을 하려 하겠습니까. 가능하면 사토라레의 사생활에 개입되고 싶지 않겠지요. 약간이라도 개입되면 생방송으로 동네방네 자신의 이야기가 울려퍼질 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좀 섬뜩합니다.
우연히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이 작품의 원작 한 권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이 사토라레의 연애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하게 다룹니다. 인상에 남았던 이야기는 여고생 사토라레와 그녀의 애인인 바둑 기사의 사랑인데, 특별관리위원회 직원이 이 바둑기사에게 사토라레와 사귀는 건 힘들지 않냐고 하자 그의 말이 ‘어차피 자신은 바둑을 두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져서 상대방의 마음이 직접 들린다고 해도 그다지 당황스럽지 않다‘고 하지요. 만화책도 상당히 재미있으니 영화 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긴데(2시간 정도) 그 시간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한없이 진지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개그로 만들려면 얼마든지 웃길 수 있는 주제인 만큼, 분위기는 개그였다가 진지했다가를 반복하고, ‘남녀간의 연애‘라는 요소는 작품 안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습니다. 이건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미레와 아오시마를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사실 처음에 이 사토라레를 보기 전에 나름대로 예상했던 줄거리는 결국 켄이치가 자신이 사토라레인 걸 알게되고 거기서 오는 한 편의 처절한 심리극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런 내용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결국 켄이치와 그의 할머니의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할머니와 손자의 따뜻한 사랑‘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남녀간의 사랑도 좋지만 이 ‘할머니의 사랑‘이 좀더 많이 따뜻했습니다. 작품의 주제를 더 잘 부각시켰고요.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점이 많은 영화였고, 정말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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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Tom

    디노님은 진정한 사토라레..
    만인이 다 안다, 그가 로리인것을….

  2. 리츠코

    겉으로 ‘그런‘ 건 본인도 인정하시는 거죠? ^^

  3. Dino

    어째서! 어째서어어!! –++++
    겉으로만 그렇지 속은 건전무쌍청순가련이라니까욧 –+

  4. 룬그리져

    아오시마입니다(쯧코미)
    …근데, 역시 디노님은 사회악!(…이봐)

  5. 리츠코

    푸하하하. 디노님이 사토라레면 속으로 ‘아이, 저 아이는 참 XXX해‘라든지 하는 게 다 들리는 것? -_-; 옆에서 그것을 외면해야 하는 사람들도 좀 괴롭겠군요…;;

  6. gample

    저는 설정이 끔찍해서 별로였어요. 디노님이 사토라레라고 가정하면.. 수재인 것도 용서가 안되는데 거기에다가 그 삐리리~한 생각까지 만천하에.. 꺄아아악.. >.< 애들 정서에도 안좋아요. 사회악이예요. 사회악.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