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약 때문인지 나이가 들었는지 아침 잠이 줄었다. 학교 때만 해도 밥 먹는 시간 대신 좀더 자는 걸 선택했고 서울에서 출발하는 차 안에서 잠들면 대구까지 한번 깨지도 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잘 잤는데 평생에 나눠 잘 잠을 땡겨서 미리 자버린 건지.
아무튼 요즘은 대충 6시 정도에 정신이 들기 시작하고 뒤척뒤척 하다보면 7시, 혜린이 학교 보낼 시간에 별 어려움도 없이 일어나게 되는데 옆사람은 원래 잠을 아무때나 쪼개서 자는 타입(…)이라 언제 한번 새벽에 꽃시장에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드디어 그게 오늘.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대충 준비하고 나서니 6시 좀 넘어 꽃시장에 도착해서 한바퀴 휘익 돌고 나와 집에 도착하니 딱 7시였다.
예전에 희연언니가 살아계실 때 ‘꽃시장 가기 전에는 그래도 대충 어떤 걸 살지는 정하고 가야 한다’고 하셨었는데 그 말은 홀랑 뒤편으로 밀어버리고 ‘가서 보고 제철인 꽃을 사자’ 하고 나섰더니 꽃시장에는… 제철인 꽃이 너무 많았다…
작년에 두고 잘 봤던 테디베어 해바라기도 눈에 밟히고 장미는 색깔만 수십가지.
결국 맥락없고 혹하는 것들 몇가지 골랐더니 매치해서 꽂기에도 난이도가 높다;;
쇼핑 목록은 붉은 작약, 부바르디아, 수국, 캄파눌라(이건 옆사람 픽).
어마어마하게 존재감을 뿜는 작약을 보며 옆 사람이 트월킹 추는 박나래를 보는 듯한 부담감이라고…
2년 동안 이꽃 저꽃 사댔더니 보면 이름이 바로 나오는 꽃도 제법 늘었다.
5월은 아마 나같은 일반인(…)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만큼 붐빌테고 6월이나 오면 한번쯤 더 옆사람 끌고 가보고 싶다. 오랜만에 꽃향기 흠뻑 마시고 눈도 즐거웠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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