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이 서재방으로 근무지(?)를 옮긴지 두달 쯤 되었고(벌써 두달이나 지났다니)
위 글에서 이어지는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
저 이후로 회사에 화상회의가 엄청나게 늘어서 저때가 아니었어도 결국은 자리를 옮겼어야 했을 터라 서로 감정적으로 피곤해지기 전, 적절한 타이밍에 후딱 잘 움직였다.
일단 옆사람이 서재방으로 들어가니 거실이 비어있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크게 ‘돌아온 일상’을 체감하게 된다.
그동안 사람이 있는데 그 옆을 다니며 치우고 어쩌고 하기도 뭐하니 옆사람 근무시간이 끝난 다음에 움직였는데, 어찌 보면 ‘나 말고 다른 가족도 집에 있는 있는’ 주말같은 기분이 들어서 은연중에 해야 할 일들을 자꾸 미루기도 했던 것 같다. 옆사람도 방으로 들어가니 화상회의 할 때 좀더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고 나도 해야 할 일들이 예전보다 빨리 끝난다.(적어도 예전처럼 거실에서 일하고 있으면 지금처럼 오전에 거실에서 한 시간씩 요가를 하기는 어려웠겠지. )
옆사람이 어느 날 한 말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거실에서 본인이 일하고 있으면 내가 집안 어디를 다니든 자기가 일하는 모습이 보였을 텐데 그게 신경쓰이긴 했겠다고. 듣고 나서 돌이켜보니 옆사람이 서재방으로 옮긴 이후로 확실히 집안 일을 좀더 많이 하게 됐다. 불편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갑갑했던 포인트가 그것이었던 듯.
가사일은 온 집안에 흩어져 있고 옆사람은 한 자리에서 하는 일이라, 지금은 혜린이도 등교를 시작해서 낮시간에 둘이 오전에 각자 할 일 하다가 점심 때 같이 밥 먹고 다시 흩어지는데, 효율도 올라갔고 이제야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각자 근무하는 모양새라 안정감이 든다.
예전에는 오전오후 가리지 않고 데스크탑 앞에 앉아 슬렁슬렁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 그 앞에 로션부터 약통까지 즐비했는데 이런 것들도 각자 제 자리를 찾았다.
처음에는 거실로 나오면서 왠지 내 공간을 빼앗긴 듯한 기분도 살짝 들고 방이 하나 더 있으면 좋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막상 거실에 자리잡고 보니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덤으로 거실에서 랩탑을 쓰면 식탁 의자가 오래 앉아있기에 불편해서 적당한 타이밍에 일어나 다른 일을 찾게 되는 장점도 있고.(…)
새삼 무엇이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애초에 이 집 인테리어 할 때 디자이너가 서재방을 거실과 약간 격리된 느낌으로 디자인해주면서 나중에 혜린이가 커서 과외받거나 할 때 쓰면 좋을 거라고 했었는데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목적에 맞게 잘 쓰게 됐다.
문제는 저 방이 서향이라 더운데 에어컨이 안 달려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올 여름 상황에 맞춰 대처해야 할 듯.(이러다 대야 놓고 발 담그고 일하는 거 아녀…)
남편의 재택이 2년 째라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보통 ‘어후’ 하고 혀를 내두르는데 옆사람이 워낙 뭐든 부탁하면 거절하는 일이 없고 알아서 집안 일도 움직이는 편이라 정작 나는 옆사람이 집에 있는 게 불편한 적은 없는데 나도 모르게 혼자 있는 시간의 확보가 제일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게 해결되고 나니 오히려 낮에 혼자 점심 먹을 일 없고 덜 심심해서 좋다.
옆사람의 재택은 앞으로도 꽤 길어질 것 같고, 우리는 이렇게 한 공간에서 긴 시간 공존하는 요령을 찾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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