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틀었는데 영화 본편보다 훨씬 많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던(…) 다큐멘터리.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디테일들, 이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다양한 인종과 조건의 캐릭터를 작품에 배치해야 하는지‘ 새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킨고 역의 배우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블의 히어로 역을 맡을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늘 ‘캡틴 아메리카의 컴퓨터를 고치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으며, 파스토스 역의 배우는 자신이 생각했던 MCU 히어로의 모습에 자신이 부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슈트를 입고도 한참을 거울을 못 봤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믿을 수 없어 흐느끼며 울고 말았다고. 슈퍼 히어로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어린 흑인 남자애를 그 자리에서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준 스탭들에게 진정한 히어로는 당신들이라고 꼭 전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찡했다.
미디어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선입견을 심고 한계를 긋게 만든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뚱뚱한 흑인은 평생 자신이 ‘히어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할 테고 인도계, 파키스탄계의 배우들은 히어로의 ‘컴퓨터’ 고치는 역에 만족하게 될 거다.
디즈니, 차기작 캐릭터 절반 이상 LGBTQIA 등 PC 요소 반영
http://www.mediapen.com/news/view/712630
흔히들 무리한 역할의 변경이 작품의 재미를 망친다고들 하지만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작품이 재미가 없다면(이건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그건 이야기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쪽의 잘못이지 흑인인 인어공주 탓도 아니고 이터널스가 지루했다면 다양한 인종이 이터널스에 등장하기 때문도 아니다.
다 보고 나니 내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마냥 자극적인 재미만 기대하며 본 것 같아 좀 미안할 정도.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아 보였고 배우들도 모두 자신의 역에 감격하며 열심히 연기한 게 느껴져서 왠지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은, 괜찮은 다큐였다.(근데 인간적으로 러닝 타임 너무 길어….) 꼭 2편도 나올 수 있길.
ps. 토르 1편이 케네스 브래너 같은 감독이 연출해서 오락성을 놓친 것처럼 이터널스도 사실 감독이 너무 블럭버스터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게 문제 같은데…
클로이 자오가 ‘다양성’에 신경써서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는 적합했지만 이제 2편은 좀더 오락성에 무게를 두는 감독이 맡는 건 어떨까 싶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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