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던가, 뜬금없이 린양이 한번씩 위키드 타령을 했는데 올여름 여기저기 공연 포스터가 보이기 시작하자 보러가고 싶다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이야기를 해서 방학 때 더워서 많이 못다닌 대신으로 치고 예매를 했다.
공연 시간도 긴데 아직 어려서 좌석이 2층 이상으로 올라가면 몰입도가 떨어질 것 같아 이왕 보는 김에 싶어 제일 끝줄이나마 1층으로 잡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무대가 그리 멀지 않아 좋았다.
위키드는 정작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갔는데 보고 난 후 내용에 대한 감상은 원작을 잘 이용한 훌륭한 팬픽?(…) 교훈은 역시 ‘남의 구두 함부로 신고 가지 말자?'(…) 몰라서 후반부의 반전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긴 했다.
1부 중반은 살짝 늘어져서 나도 린양도 집중력이 좀 흩어졌는데 마지막의 ‘중력을 벗어나’에서 헉 하고 압도당하고 인터미션. 그리고 2부는 1부에 비해 이야기를 좀 급하게 마무리하는 감은 있으나 어른인 내 기준에 ‘이제 글린다가 막판에 흑화하는 건가! 했던 예상은 빗나가고 적당히 아이와 함께 보기 예쁘게(?) 끝난 점도 마음에 들었다.
린양 스케줄에 맞는 공연이 오늘밖에 없어서 캐스팅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냅다 예매부터 했는데 가서 보니 차지연/아이비 조. 나야 음악에 대해서 막귀다보니 간들간들하게 애교 터지는 아이비의 글린다 연기도 좋았고 화사한 글린다에 대비되는 음습한 느낌의 엘파바 차지연의 연기와 노래들은 압도적일만큼 멋있었다.(차지연은 임신 7개월째라는데 언뜻 봐서는 배가 살짝 나온 것 말고는 거의 티도 안 나서 놀랐음)
린양은 다 보고 나더니 앞으로 방과후 뮤지컬 수업에서 엄청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고무되었던데 그것만으로도 관람한 보람은 있었던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