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조니 뎁이 미친 모자장이를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왠만하면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던지라 어찌어찌 다녀왔습니다.
3D로 보고 왔는데 그렇게 많이들 봤다는 아바타도 안본지라 잘은 모르겠지만 딱히 3D로서의 매력이 그렇게 강한 작품은 아니었군요.

내용상으로 보아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앨리스 리델이 아닌 ‘다른’ 앨리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는 원작의 느낌을 가진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사실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살린 작품이라면 예전 TV용 영화 중에 있었지요)
빨간 여왕과 하얀 여왕은 원작보다 더 강렬했고 조니뎁의 미친 모자장이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중반부에 약간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은 들었지만 전반적으로 앨리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즐거울만한 작품이었군요. 화면도 예쁘고 극중에서 내내 앨리스가 입고 나오는 옷들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 내내 흐르는 앨리스와 모자장이 사이의 감정의 흐름은 사랑은 아닌 것 같고 딱히 뭐라 말하기 미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메이킹 필름 동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조니 뎁이 말한 ‘둘은 형제처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공감이 가더군요. ^^;

팀버튼과 디즈니의 조합이라는 게 신기했는데, 영화 자체는 팀버튼보다는 디즈니 쪽에 더 가깝더군요. 그건 약간 아쉬웠어요. : )

ps. 이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실제로 보이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로 연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겠다 싶군요..; 저 갑옷조차 입고 연기한 게 아니라니..-_-;

ps.. 어제 앨리스에서 미친 모자장수가 던지는 질문 ‘책상과 갈까마귀의 닮은 점’은 예전에 주석달린 앨리스에서 봤던 기억이 나서 한번 찾아군요.

이 답은 나오지 않은 수수께끼는 작가가 살던 시대의 안방의 화제거리였다고. 캐럴(작가)의 대답(그가 1896년판에 새로 쓴 서문에 실린)은모자장수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생각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이 자리에서 내 생각에 가장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대답을 밝히고자 한다.
‘그것은 비록 아주 단순한 곡조나마 곡조를 낼 수 있으니까(영어로 note는 곡조라는 뜻과 적는다는 뜻이 있다. 결국 까마귀와 책상이 비슷한 이유는 똑같이 note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옮긴이) 그리고 결코 앞뒤가 바뀔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단지 나중에 든 생각일 뿐이고 사실 그 수수께끼는 순전히 내가 지어낸 것인데 전혀 답이 없다.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 깊이 읽기, Alice 중에서-